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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동 복도를 닦으며

#병동일지

〈병동 복도를 닦으며〉

― 왕나경


병원에 입원한 지도 어느덧 열흘째.

24시간 이어지는 간호 속에서 새벽부터 무릎 수술 경과를 보기 위해 엑스레이를 찍었다.

아침 식전부터 병동의 일과가 시작되었고, 비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는데 문득 붕어빵이 생각났다.


수술 이후 그 어떤 음식도 생각나지 않았는데, 처음으로

붕어빵이 먹고 싶었다.


아침을 두어 숟갈 뜨고 창밖을 오래 바라보았다.

휘리릭, 휘리릭 바람에 떨어지는 잎새들—아니,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푸드득, 푸드득 날아다니고 있었다.


“아, 그렇지. 잎새였지.”

예쁘게 흩날리는 잎새를 한참 바라보다가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 비가 와요… 붕어빵이 먹고 싶어요.”

나는 그렇게 내 심중을 말해버렸다.


잠시 후, 병동에서 만난 눈빛 맑은 환우가

카페에서 사 온 커피를 건네준다.

어쩌면 커피향보다 더 따뜻했던 것은 그 맑은 눈빛이었다.

이슬 맺히듯 투명한 눈빛에 순간 눈물이 그렁그렁 피어오르며

조용히, 아침이 매달렸다.


오후 물리치료를 마칠 즈음 전화가 또 울렸다.

이번에는 문학의 향기를 나누는 도반님께서

붕어빵을 사 들고 오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아침 이야기를 허투루 듣지 않은 그 마음,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붕어빵 두 봉지.


나는 한 봉지를 간호사님께 드렸고,

다른 한 봉지는 휴게실의 환우와 나누었다.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한 팥앙금,

도반님의 따뜻한 배려와 진심 어린 병문안이

오늘 하루를 포근히 덮어주었다.


요 며칠 문학을 꽃피우는 일정들이 많았지만

함께하지 못한 미안함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이 또한 시간이 말해줄 일.


그저 물 흐르듯 흘러가기를 바라며

붕어빵의 따뜻한 진실을 한 겹 열어본다.


오늘, 나는 휠체어에 몸을 실은 채

따뜻했던 하루를 긴 병동 복도를 닦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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