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언니를 향해 쏘아 올린 주먹

여동생의 불끈 쥔 주먹

by 멍냥이

초등학교 저학년 때 일이었다.


어머니께서 외출을 하시며 동생들 잘 돌보고 있으라고 하셨다.

난 말 잘 듣는 딸 중 한 명이었다.

그날도 엄마의 당부대로 동생들을 잘 돌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이런 나에게는 순둥 한 남동생과는 달리 감당하기 힘든 여동생이 있었다.

잠시도 가만히 있는 일이 없었고, 동네 골목을 다 휘젓고 다닐 정도로 말썽의 대가였다.

그날도, 말썽꾸러기 여동생을 예의 주시하며 집안 청소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느낌이 싸한 것이 큰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불안이 엄습했다.

여동생이 쇠젓가락을 가지고 놀고 있었는데 자꾸 벽에 있는 콘센트 쪽으로 붙는 것이 영 불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안돼! 위험하니까 조금 떨어져서 놀아"


동생은 댓 구도 없이 날 한번 힐긋 바라보며 보란 듯이 하지 말라는 짓을 하고야 말았다.


순간 불꽃이 튀었다.


난 무의식 중에 들고 있던 걸레로 동생의 손을 치며 동생을 잡아당겼다.

다행히 젓가락이 떨어지면서 동생은 감전을 피할 수 있었다.

위험했던 상황에 내가 한 조치에 놀랐는지 나를 빤히 바라보며 씩씩 거렸다.

아마도 내가 자신을 공격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런 동생을 향해 호통을 쳤다.

"그러니까 언니가 안된다고 했잖아!"


이 일이 일어난 것이 나 때문이라고 생각했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향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돌진을 했다.

그리고 주먹을 불끈 쥔 주먹을 나를 향해 날렸다.

나보다 훨씬 튼튼하고 빠른 동생이 도발을 해 온 순간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동생이 생각한 것처럼 만만하게 흘러가진 못했다.


동생은 평소에도 그렇고 그날도 나를 매우 병약한 언니로 생각했었고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단오한 생각으로 나를 향해 돌진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동생은 내가 병약했지만 4남매 중 가장 긴 팔다리를 가졌다는 사실은 인지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나의 긴팔로 여동생의 이마를 저지했기 때문에 여동생의 주먹은 나에게 닫지 못하고 끝나 버렸다.


몇 번을 허둥대던 동생은 결국 포기를 했고,

나의 엄한 호통과 다시는 그러지 말라는 경고를 들어야만 했다.


사실 난 그날 엄청 놀랐다. 우리 집은 나름 위계질서가 확실해서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여동생은 언제나 남다른 구석이 있긴 했지만 그런 식으로 도발을 할 거라고는 꿈에도 상상을 못 했다.


그날의 사건을 기억하는 두 동생들은 지금도

그날은 참으로 어이없는 결과였다며 웃음을 참지 못한다.

남동생은 작은누나가 당연히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기길 응원까지 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말썽꾸러기 여동생의 도전은 그날 이후 한 번 더 있었다.

하지만 그날도 여동생의 주먹은 끝내 나에게 닫지 못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