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면서 살아
중학교 1학년 방학식 전날이었다.
평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아버지를 보았다.
그날의 아버지는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진 듯 무겁고 어두웠다.
퇴근 후에 발을 씻는다며 나에게 대아에 물을 좀 받아 달라고 하셨다.
지금 생각해도 내가 왜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 모르겠자만 그날의 아버지는 평소와 너무 달랐다.
나의 느낌은 바로 현실로 나를 덮쳤다.
물을 들고 가는 나를 향에 다짜고짜 따귀를 때리셨다.
생에 처음 경험한 따귀에 너무 놀라 눈물도 나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아빠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계셨던 걸까, 나와 마주하고 있는 아빠의 눈이 너무나 슬퍼 보였다.
그렇게 한참을 서서 아무 말 없이 서로 눈만 보고 있다가 아빠가 입을 여셨다.
"웃어! 많이 웃어! 네가 웃어야 우리 집이 밝아지지!,
넌 우리 집 장녀야 그러니까 많이 웃어"
그저 웃으라는 한마디였다.
눈에 가득 담겨 있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말았다. 그리고 눈물과 함께 바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래, 그렇게 웃어!, 울지 말고 많이 웃어!"
그렇게 일생 가장 무서운 아버지를 마주한 다음날,
학교에서 집에 돌아와 보니 엄마의 뜨개질 바구니가 엎어져 뒹굴고 있었다.
어둠이 깔린 듯 어둡고 적막한 분위기를 담은 방안에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전화를 받으려는 나의 손이 마구 떨려왔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고모의 울음 섞인 목소리
"아빠가 일하다 다치셨는데 돌아가실 것 같다"
그 한마를 듣고 수화기를 내려놓자마자 무거운 졸음이 쏟아졌다.
꿈을 꾸었다.
그때가 7월 하순 더위가 절정일 무렵이었는데
꿈속에서의 아버지는 두꺼운 털 옷을 입고 자전거를 가지고 출근을 하시려는 듯 대문 앞에 서서 나를 향에 웃음 지으며 손 흔들며 인사를 하고 계셨다.
"딸! 아빠 갔다 올 테니까 엄마말 잘 듣고 있어, 크리스마스이브에 올게"
하며 대문 밖으로 나가셨다.
그렇게 꿈속에서 인사를 끝으로 다시는 아버지와 만날 수 없는 영원한 이별을 했다.
돌아가시기 전날 아버지가 하신 웃으라는 한마디는 그렇게 유언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마지막 인사에서 말씀하셨듯 거짓말처럼 지금의 새아버지가 크리스마스이브에 인사를 왔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삶을 달리 하신 아버지와의 이별을 받아들이는 데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
길 가다 만날 것만 같았고, 어딘가에 살아 계실 것만 같았다.
하늘만 바라봐도 생각이 났고,
감꽃이 떨어질 때면 목걸이를 만들어 주시던 아버지가 더더욱 생각이 났다.
그렇게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괜찮지 않은 삶을 살면서 성인이 되어 나의 가정을 이루나서야
삶에 정신 팔려 드물게 떠오르는 아버지를 생각하는 것으로 완전한 이별을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