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개울가에서
어린 시절 오빠와 같은 유치원에 다니며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자랐다.
그날도 개나리가 한창인 봄날에 일이다.
개나리가 온 세상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어서 어느 쪽으로 시선을 돌려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날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개울에 오빠와 함께 놀러를 갔었다.
따라가는 길이 지루할까 걱정이 되었는지 꽃이 가득 달린 개나리를 꺾어 주며 오빠를 잘 따라오라 했다.
오빠 뒤를 졸졸 따라 걷다 보니 개울가에 도착했다.
개울가 주변은 온통 개나리 천국이었다.
꽃이 있고 물이 흐르는 개울가에 앉아서 기분 좋게 한참을 놀았다.
그러다 물을 보며 문득
"오빠! 신발 물에 올려도 돼?"
"왜?"
"신발이 둥둥했으면 좋겠어"
"그래? 그럼 해!"
난 오빠의 대답을 듣자마자 물 위에 신발을 조심스레 놓았다.
신기하게도 물 위에 신발이 떠 있었다.
너무 신이 나서 박수를 치며 좋아하던 그때
신발이 물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우리 둘은 그저 어쩌지 못하고 물속으로 가라앉는 신발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난 가라앉고 있는 신발과 오빠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며 뭔가 큰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았다.
"어떻게!"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나를 보며 오빠가 말했다.
"기다려봐, 오빠가 찾아 줄게"
오빠는 나뭇가지를 잡고 물속에 손을 저어가며 신발을 찾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신발은 찾을 수 없었고, 한 짝만 남은 신발을 들고 놀란 토끼처럼 웅크리고 있는 나에게 오빠의 신발을 벗어 주며 집으로 가자고 했다.
내가 물속에 빠뜨린 그 신발은 며칠 전에 장에서 사준 새신이었다.
화가 난 엄마의 얼굴이 자꾸 떠 올라 훌쩍이는데
"울지 마 괜찮아"
"엄마한테 혼나면 어떻게"
"으음, 오빠가 말할게"
뭔가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
집에 도착해서 물에 빠뜨린 신발 이야기를 엄마에게 했다.
"동생 잘 챙기라고 했더니 동생 신발을 물에다 빠뜨리고 왔어!
새로 사준지 얼마 되지도 않는데 그 비싼 신발을...."
엄마는 오빠가 신발을 빠뜨렸다고 생각했고, 난 침묵을 택했다.
오빠도 변명하지 않고 침묵을 택했다.
그렇게 새로 산 신발은 오빠가 빠뜨린 것으로,
나 대신 많은 꾸중을 듣고 일단락되었다.
오빠는 왜 변명하지 않았을까
지금 생각해도 의문이고 믿어지지 않은 일중에 하나다.
2살 차이 밖에 안나는 어린 오빠가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이 성인이 된 지금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후에도 우리에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개구쟁이 오빠는 나에게만큼은 언제나 작은 신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