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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내 Aug 23. 2024

커피와 카페인

어떻게 보면 카페인은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섭취되는 일종의 마약이다.
마약은 사람의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커피가 중독을 유발하는 향정신성 약품으로 분류되지 않는 이유는 카페인에 흡수된 지 3-4시간 정도 지나면 자연스럽게 효과가 절반가량 감소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카페인은 중독이나 금단 현상도 발생시키지 않는다. 
적절한 양만 섭취한다면 우리 몸에 이롭다. 
 

커피는 사람을 진지하고 철학적으로 만들어 주기도 하고, 뇌를 흥분시켜 약간 수다스럽게 만들기도 하며, 종종 좋은 아이디어와 영감이 떠오르게 하기도 한다.

 


알칼로이드의 일종인 카페인은 질소 원자를 가진 고리 모양의 유기화합물로, 다양한 열대식물에서 만들어진다. 
열대식물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즉 잠재적 포식자에게 먹히지 않기 위해 자구책으로 카페인을 생산한다. 
그래서 카페인을 천연 살충제라고도 한다. 

카페인은 사람의 몸에서 혈류를 타고 흐르며 위장관 같은 생체막을 통과한다. 
사람의 간은 카페인을 독으로 간주해서 분해한다. 
그러나 카페인의 일부는 그대로 간을 통과해서 뇌에 다다른다. 
 

카페인은 수면을 촉진하는 아데노신의 작용을 방해한다. 
사람의 정신이 쉬어야 함에도 쉬게 하는 작용을 막는 것이다. 
10그램의 카페인을 한꺼번에 마시면 사람이 죽는다. 
물론 치사량만큼 섭취하려면 100잔의 커피를 한꺼번에 마셔야 한다.

 


독일의 바리스타 아르네 프레우스는 열다섯 가지 방법으로 만든 커피의 카페인 함량을 측정했다. 
100밀리그램의 커피 양을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농축 에스프레소 커피인 리스트레토에서는 421밀리그램, 에스프레소에서는 273 밀리그램, 드립커피에서는 68밀리그램, 자동 커피머신에서 뽑은 커피에서는 58밀리그램의 카페인이 추출되었다. 

리스트레토의 경우에는 사용된 커피원두에 포함된 카페인 함량의 31퍼센트가 추출되고, 다른 방법으로 추출한 커피의 경우에는 10퍼센트 이하가 추출되었다. 

커피를 추출하는 시간과 커피 입자가 물과 접촉한 면이 클수록 카페인이 많이 빠져나온다.


묽은 아메리카노라고 해서 반드시 카페인 성분이 적게 포함된 것은 아니다. 

커피의 양이 많기 때문이다.  

에스프레소는 고온고압으로 20초 정도의 짧은 시간에 커피를 추출하기 때문에 카페인의 양이 그리 많지 않다. 
카페인의 함량은 어떤 커피 원두를 선택하느냐뿐만 아니라 어떻게 커피를 추출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커피가 남성의 정력을 떨어뜨린다는 이야기가 회자된 적이 있으나 2016년에 미국 텍사스의 건강과학센터는 이런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밝혔다. 
하루에 85-170밀리그램의 카페인을 섭취하는 사람의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발기불능이 42퍼센트나 적다고 발표했다. 
하루에 커피를 2-3잔 마실 경우 오히려 발기불능을 겪지 않는다는 것이다.

 

식물은 오랜 진화 과정을 통해 다양한 방어 시스템을 구축했다. 
소나무는 피톤치드를 뿜어 벌레를 예방하고 다른 경쟁 식물을 물리친다. 
일부 과일나무는 잎과 열매의 표면을 매끄럽게 함으로써 수막의 형성을 막아서 곰팡이나 세균이 증식하지 못하게 한다.  

커피 열매에 포함된 카페인도 살충·살균 효과를 가지고 있다. 
커피 열매의 카페인은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창조주의 설계다. 

하지만 브로카(broca)라는 해충은 커피 열매를 나선형으로 파고들어 고사시키는데, 여기에도 균형이라는 섭리를 만든 창조주의 뜻이 들어 있을 것이다. 

반면에 커피 열매는 조류나 포유류에게는 거의 무해하다.  

실제로 커피나무가 자생하는 지역에서는 원숭이, 새, 사향고양이 등이 커피 열매를 먹고 산다. 
아마도 과거 인류의 조상들도 커피 열매를 먹었을 것이다.


커피에 포함된 카페인은 과다복용하면 몸에 해롭다. 

따라서 디카페인 커피가 상품화되었다. 

그렇지만 카페인이 없는 커피는 짠맛을 잃어버린 소금 같다고 할 수 있다. 
인류는 수천 년 동안 커피의 카페인을 즐겨오고 있다.
커피와 카페인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애증의 관계다.

<출처: 커피의 생태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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