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본성을 이기는 도전
집을 한번 사고 나면 갈아타고 싶을 때가 있다.
아이가 커서 더 큰 평수의 집으로 이사하고 싶고, 아이들 교육 때문에 학군지로 이사하고 싶고, 직장에서 가까운 곳으로 이사하고 싶고, 더 상급지로 이사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 들면서 갈아타기를 고민하게 된다.
더 좋은 지역, 더 좋은 집, 더 넓은 집으로 이사 가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갖는 마음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갈아타기는 상승장 때 시도한다.
왜 그럴까?
결국 인간의 본성과 연결된다.
상승장 때는 내 친구, 내 지인이 더 좋은 집으로 이사 간다는 이야기도 듣고, 부동산으로 돈을 좀 벌었다는 이야기도 듣고, 내가 살고 있는 집의 가격도 오르니 돈을 벌었다는 생각에 더 좋은 집에 살아보고 싶은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상승을 어느 정도 체감한 이후에 갈아타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갈아타기는 상승장 때 하는 것보다는 시장이 좋지 않을 때 해야 된다.
왜 그럴까?
사람은 누구나 내가 살고 있는 지역 혹은 집보다 더 상급지 흑은 더 좋은 집으로 이사 가고 싶어 한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하급지로 이동하거나 평형을 줄이거나 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러다 보니 상급지로 가고 싶어 하는 수요는 항상 꾸준히 늘어난다.
특히, 상승장이 지속되면 내가 살고 있는 집의 가격도 올랐을 테니 돈을 번 것 같은 생각도 들고, 좀 더 무리해도 될 것 같고, 앞으로도 더 오를 것 같은 심리도 강해진다.
사람의 본성이기 때문에 절대 바뀌지 않는 심리다.
그렇게 수요가 증가하면 상급지의 집값은 오르게 된다.
하급지보다 상급지의 집값이 먼저 더 빠르게 오르는 이유다.
상승장 때 상급지와 하급자의 가격 차이는 많이 벌어지게 된다.
설령 같은 비율로 올랐다고 하더라도 상급지의 절대 금액이 더 높게 오르기 때문에 차이는 더 벌어진다.
예를 들어보자.
A주택은 10억 원, B주택은 6억 원이었는데, 상승장 때 30%씩 올랐다고 해보자.
그러면 A주택은 13억 원, B주택은 7억 8,000만 원이 된다.
이전에는 4억 원의 차이였지만 상승이 지속되면서 가격 차이는 5억 2,000만 원으로 더 벌어지게 된다.
이전 사이클의 상승 시기에 우리는 주택 가격이 두세 배 오른 것을 봤다.
그럼 가격 차이는 엄청나게 벌어지지 않았을까?
10억 원짜리가 20억 원이 되고, 6억 원짜리가 12억 원이 되면, 기존 4억 원 차이에서 8억 원 차이로 크게 벌어진다.
그런데 상승장 때는 상급지가 비율로도 더 많이 오르기도 한다.
상승장이 지속되면서 사람들이 똘똘한 한 채를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차이는 더 벌어질 것이다.
반대로 하락장 때는 상급지와 하급자의 가격 차이가 줄어든다.
그 말은 더 적은 돈으로 더 좋은 곳에 갈 수 있다는 말이다.
차이가 8억 원하던 게 4억 원으로 줄어들고, 차이가 4억 원 하던 게 2억 원으로 줄어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하락장 때 갈아타기를 시도하지 않는다.
더 떨어질 것 같은 심리, 남들은 안 하는데 괜히 나 혼자 시도했다가 손해 볼까 하는 두려움의 심리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실제 단지의 실거래 가격을 한번 보자.
잠실리센츠와 고덕아이파크의 가격 비교다.
실제로 서울 강동구 고덕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잠실로 갈아타기를 많이 하기도 하고, 지난 하락장이었던 2008~2014년에도 실거래가가 있는 단지라서 선택했다.
하락장이 지속되던 2012년 11월 실거래가를 보자.
잠실리센츠 33평형이 8억 6,000만 원이고, 고덕아이파크 34평형이 6억 원이다.
두 단지의 차이는 2억 6,000만 원이다.
그런데 상승장이 지속되던 2019년 9월을 살펴보면 잠실리센츠는 18억 5,000만 원, 고덕아이파크는 11억 원으로 두 단지의 차이는 7억 5,000만 원으로 벌어졌다.
하락장 때는 적은 돈으로도 상급자로 이사 갈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상승장 때는 훨씬 더 많은 돈을 마련해야 한다.
또 하나의 예로 분당과 수지의 단지 가격을 비교해 봤다.
더 좋은 학군을 위해 수지에서 분당으로 갈아타기를 하는 수요가 굉장히 많다.
그중에서도 대표 단지인 분당 삼성한신과 수지 태영데시앙을 비교해 보자.
2012년 9월에는 분당 삼성한신은 5억 1,000만 원, 수지 태영데시앙은 3억 7,000만 원이다.
두 단지의 차이는 1억 4,000만 원이다.
수지 태영데시앙에 살고 있었다면 내 집을 팔고 1억 4,000만 원을 보태서 분당으로 이사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상승이 지속되고 있던 2020년 10월, 분당 삼성한신은 12억 8,000만 원, 수지 태영데시앙은 8억 1,000만 원의 실거래가를 찍었다.
두 단지의 차이는 4억 7,000만 원이 되었다.
시장이 좋지 않을 때는 1억 4,000만 원이면 이사 갈 수 있었는데 시장이 좋을 때는 4억 7,000만 원이라는 돈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보면 갈아타기는 언제 하는 것이 좋을지 답이 나온다.
하지만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쉽게 실천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쉽게 이익을 얻을 수 있으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락장 때는 일단 내 집이 잘 안 팔린다.
갈아타기를 시도해서 성공만 하면 적은 돈을 갖고 더 좋은 집으로 갈아탈 수 있지만, 내 집을 파는 게 일단 난이도가 엄청나게 높다.
상급지의 집을 싸게 사는 것은 가능한데, 내 집을 파는 게 쉽지 않다.
그런데 사실 잘 따지고 보면 내 집을 싸게 팔더라도 상급지의 집을 싸게 사면 손해가 아니다.
오히려 이익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시기에 내 집을 싸게 팔 수 있는 용기와 결단을 가진 사람이 드물다.
또한 상급지와의 가격 차이가 적더라도 그 어려운 시기에 자금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다.
용기를 내서 대출을 받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고, 대출을 받더라도 금리가 높아서 이자 부담이 클 수 있다.
그러나 하락장 때 갈아타기 하는 것이 아무리 더 좋을 것 같다고 해도 인간의 본성을 깨고 행동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난이도가 높은 만큼 성공만 하면 내가 이익을 볼 확률이 높다는 것이고,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해야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갈아타기에서도 적용되는 논리다.
자본주의 시장에서의 진리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본성이 허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거기에 기회가 있는 것이다.
인간의 본성을 이겨내는 선택을 하는 도전, 그 도전을 해볼 것인가?
아니면 본성을 따르는 선택을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