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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센트 Mar 08. 2024

가을날의 에세이 - 2

추억 - 의형제

“너 인마! 형한테 잘해!”


이 말이 어떻게 보면 불편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매우 행복하게 들린다. 나에게는 친형이나 다름없는 형이 있다. 그 형은 굉장히 아껴주었고 나의 군 입대 전부터 전역 후 지금도 여전히 친하게 지내는 가족 같은 사람이다. 형과 나의 첫 만남을 되돌아보면 지금까지 이렇게 가까이 지내게 될 줄은 전혀 몰랐었다. 같이 친하게 지내면서 그 형을 통해 좋은 사람들을 알아갈 수 있음과 동시에 나에게 아낌없는 조언과 격려를 해주었고 서로 고민이나 힘들었던 일 그리고 하소연을 속 시원하게 나눌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가을 파트의 추억을 어떤 이야기로 풀어볼까 고민 끝에 문득 생각나는 이야기가 앞서 서술했던 그 형과 나와의 이야기가 문득 생각이 난 것이다. 5살이라는 나이 차이가 있었지만 의형제를 맺으면서까지 친하게 지내면서 많은 추억을 남겼고 지금의 나라는 사람이 성장하는 데 있어 한몫했다고 할 정도로 나에게 있어 매우 고마운 사람이기도 하다.


군 입대를 3개월 정도 남았을 때였다. 당시에 나는 일과 노는 거에 진심이었던 휴학생이었다. 어느 날 나는 내가 사는 지역의 친목 모임을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준희형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때 당시에 준희형은 그 모임의 대표를 맡고 있었고 나는 그 모임의 막내로 있었다. 초반이라 낯을 많이 가리기도 했었고 나보다 나이 많은 형, 누나들과 소통하는 데 있어 어색함이 보였는지 준희형은 나에게 말을 걸어주었고 챙겨주었다. 형은 출장으로 인해 지방으로 내려갔었던 시점이라 나중에 시간 되면 만나서 한 잔 하자고 약속을 했었다. 어느 날, 나는 준희형을 처음으로 오프라인 상에서 만나게 되었다. 그날은 여러 형, 누나들이 준희형의 출장복귀를 축하해 주기 위해 모인 자리였다. 온라인상에서 모임에 속해있던 닉네임으로 소개하다가 서로의 실명을 가지게 되었다. 처음 들어왔을 때 나의 닉네임을 ‘경유’로 지었었다. 이제 와서 생각하면 웃기지만, 그때 당시에 나는 주유소 관리자로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때여서 짓게 되었다. 준희형은 ‘푸’라는 닉네임을 사용했었다. 그렇다, 꿀 좋아하는 곰돌이 푸다… 다시 생각해 보면 난 그 형이 왜 그렇게 지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지금도 여전히… 말이다. 서로 소개를 하다가 내 차례가 되자 준희형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우리 유일한 막내 경유가 한번 소개하자!” 이 말을 듣자 나는 긴장을 했지만 차분히 내 소개를 했다. “아 저는 경유라는 닉네임을 사용하고 있고요. 이름은 정시경입니다.” 소개가 끝나자 준희형을 포함한 여러 형, 누나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시간이 지나, 점점 모임에 익숙해지고 준희형이랑 나는 서로 장난칠 정도로  더 가까운 사이가 되었고 입대를 한 달 정도 남았을 때 준희형은 나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시경아 너 관리자 한 번 해볼래?” 난 그의 제안을 처음 들었을 때 갑자기? 이런 느낌이 들었다. “네? 관리자요?” 그러자 준희형은 나한테 관리자 제안을 준 이유를 설명했다. “응. 마침 사람도 많아지고 관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나는 사람 중 한 명이 너였어. 몇몇 사람들도 너를 추천해 주더라고! 게다가 모임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사람 중 한 명이기도 해.” 이유를 설명하자 난 부끄러웠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많이 도움이 되었구나 하는 점에서 뿌듯했었다. 그러나, 준희형은 지금의 내 상황을 알고 있기에 섣불리 판단하지 못했다. “한편으로는 고민이 드는구나. 일단 생각해 보니 네가 돌아오는 주에 일을 그만두고 여행 가는 것도 있고 다음 달에 있을 너 입대도 그렇고.. 네가 괜찮다면 임시적으로 일단 한 달 정도 관리자로 올릴 생각인데 시경이 생각은 어때?” 그 말을 듣자 망설임 없이 말했다. “관리자가 아닌 지금도 많이 모임에 신경을 쓰긴 했었고 군대 문제만 빼면 입대 전까지는 충분히 신경 쓸 수 있어요. 형이 제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하면 도와드릴 수 있어요!” 그 말을 듣자 준희형은 말했다. “그 마음 정말 고마워 시경아. 한번 고민해 볼게.” “네 형. 결정 내려지면 얘기해 주세요. 임시라도 형을 도와드릴 의향은 있어요.” 준희형은 그 말을 듣자 나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주었다. 그때 생각해 보면 군 입대 하기 전에 모임의 관리자로서의 활동이 아니어도 추억을 남길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원한 이유는 준희형이랑 같이 모임을 이끌어가면서 둘 만의 추억을 남기고 싶었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난 모임의 관리자가 되었고 준희형과 다른 관리자 형, 누나들에게 잘 부탁드린다는 인사를 드렸고 입대하기 전까지 열심히 활동해서 준희형을 포함한 모임에 있는 모든 사람들과 추억을 남기고 입대를 하게 되었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흐르자 훈련소에서의 모든 훈련을 마치고 자대배치를 받고 나서 난 곧바로 준희형한테 연락했다. 그때 당시에 군대에서 개인 휴대폰 사용이 가능해서 일과시간 이후에 바로 연락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동안 못 나눴던 이야기도 나누고 모임의 근황도 들으면서 다른 인원들과 안부인사를 나눴을 때 그 기분을 잊지 못할 정도로 너무 좋았었다. 어떻게 보면 ‘모임활동’을 통해서 준희형을 포함한 많은 사람을 알게 된 점과 그 사람들과 쌓았던 추억들이 나에게 있어 큰 행복이었다고 말하고 싶었다. 준희형도 자신이 모임의 대표로 활동했을 때 나를 포함한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된 것도 의미 있었다고 말했었다.


지금은 각자의 생활과 모임 내부에서 일어난 작은 갈등으로 인하여 해체되었고 나와 준희형은 모임에 있던 몇 사람들과 개인적으로 연락하고 만나고 있지만, 내가 전역하고 나서도 준희형의 친구들에게도 소개받아서 친하게 지내고 있다. 또한, 준희형은 모임을 통해서 지금의 아내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고 있다. 연락은 매일 하지만, 준희형의 결혼생활과 내 생활 때문에 자주 만나지 못하고 있다. 만날 때마다 어색함 없이 대화하고 장난치고 있다. 최근에 준희형이 내가 일하는 근무지에 들렀을 때 난 준희형과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올라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알게 된 지 벌써 4년이네. 시간 참 빠르다. 그렇지 형?” 준희형은 내 말에 공감하듯 답했다. “그러게.. 시간 참 빠르다. 너 입대하기 전에 본 게 엊그제 같네.” “그러게 시간 참 빨라.” 그러자 준희형은 갑자기 나한테 장난식으로 열을 냈다. “넌 인마! 내가 만나자고 할 때만 만나고 네가 먼저 만나자고 하는 꼴을 못 보네.” 그 말을 들은 나는 반박했다. “바쁜 걸 어떡하라고! 그리고 내 성격 알면서 왜 그래?! 난 먼저 만나자고 하지 않는 성격이잖아.” 그 말을 들은 준희형은 한숨을 쉬며 얘기했다. “넌 인마! 형한테 잘해!”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거든요?” 연락할 때나 만날 때나 티격태격하지만 그래도 나와 형은 서로 많이 아끼고 가족 같은 의형제이기에 여전히 힘든 일이 있으면 서로 얘기해 주고 고민이 생기면 같이 고민해 보고 그러고 있다. 지금도 준희형을 생각하면 나에게 늘 하는 소리가 생각난다.


“너 인마! 형한테 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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