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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넛 Jun 03. 2023

월 평균 만 보를 걷는 직장인

그게 나에요.

‘오늘은 퇴근하고 꼭 운동해야지!’

‘내일은 진짜 한다!’

’주말에 하는 운동이 찐이다!‘

‘모든 것을 월요일부터 시작해야 제맛!’

… 하면서 차일피일 미뤄오던 운동.


이미 게으를 대로 게을러진 내 몸은 절대 움직이지 않겠지. 그래서 방법을 바꿔보기로 했다.

설렁설렁 걸어보기로!


흡연자분들을 따라 회사 밖으로 나가서 건물 한 바퀴를 돌기도 하고,

밥 먹고 소화할 겸 잠깐 걷고,

마음이 답답할 때 잠깐 나가서 틈틈이 걸으며 안정을 찾기도 하고,

퇴근하고 집 주변을(어두우니까 멀리는 안 간다)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기도 하고,

때로는 연휴에 몰아서 걸음 수를 채우기도 했더니…!


어느새 월 평균 1만보를 달성했다!


물론 한 달 동안 30만보를 걸었다고 해서 뭔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여전히 엉덩이는 무겁고, 내 눈 밑은 다크서클이 가득하며 활기를 찾아볼 수는 없다.

하지만, 틈틈이 열심히 걸은 나 자신이 뿌듯하다!

땀을 내거나 심박수가 올라가는 활동은 아니지만 꾸준히 몸을 움직여냈다!


생각해 보니 작년부터 걷기의 매력에 조금씩 물들었던 것 같다.

작년에 이직을 하면서 약 2주가량 쉴 수 있었는데, 2주 동안 제주도를 다녀온 적이 있다. 하필이면 렌터카 가격이 폭등한 데다 예약하기도 어려워서 ‘이왕 이렇게 된 거 올레길이나 걸어볼까.‘ 하고 숙소만 예약한 채 제주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별 기대 없이 올레길과 둘레길을 뚜벅뚜벅 걸었는데 제주의 숨은 풍경들을 알게 됐다. 함께한 친구와도 걸으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도 많이 나눌 수 있었다.

그때부터 걷는 재미를 알게 된 것 같다.


그렇게 1년 가까이 걷는 재미를 잊고 지냈는데,

이렇게 일상에서 다시 걷게 될 줄이야.

왠지 제주 생각이 나면서 이렇게 생각해본다.

‘현실은 아파트 산책길이지만, 마음만은 제주도 올레길이야.’


이번 한 달 동안에도 제주에서처럼 나의 걷기 동무가 되어준 친구. 친구와 후속 만화에 대한 스토리도 짜보고나, 재테크 얘기며 회사 얘기, 사는 얘기, 별별 사소하고 별 일 아닌 이야기를 나누며 즐겁게 걸었다.

(재밌는 이야기는 메모도 해 두었으니 앞으로 글과 그림으로 옮겨보리라.)

말동무 덕분에 한 달 30만보를 달성할 수 있었다.

이 영광을 내 푸념과 감정과 아무말(?)을 들어주며 맞장구 쳐준 말동무 친구에게!


회사를 다니면서 다른 일을 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회사에서 퇴근하고 나면 운동이고 자기 계발이 무슨 말인가! 옷 갈아입고 씻는 일도 버겁다. 난 퇴근하면 체력이 다 해 이렇게 누워서 타이핑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일 말고는 다른 일은 상상도 못 한다.


그랬던 내가! 내가! 해냈다.

열심히 걸었다.

어떤 날에는 비가 와도 걸었다.

무거운 몸을 질질 끌며 이리저리 걸었다.


한 달 평균 1만 보. 누적 30만 보 이상. 엄청난 숫자를 만들어낸 나…

왠지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걷기가 주는 이 성취감.

나쁘지 않은데?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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