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비둘기의 심기를 거슬려선 안돼
이제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탈 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바야흐로 일상으로의 복귀.
재택근무도 줄어들고 오피스 출근이 늘고 있다.
출근이 싫은 이유야 수백 가지가 있겠지만,
거기에 더해,
내가 맞닥뜨린 현실을 소개하려고 한다.
바로 이것.
이 비둘기 떼.
오피스로 가려면 이 길을 지나가야 한다.
비둘기들은 때로는 아침잠을 자기도 하는 것 같고,
때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시멘트 바닥을 콕콕콕 쪼아대기도 하는 것 같다.
가끔은 그냥 목적 없이 어슬렁어슬렁 걸어 다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이미 이 구역을 차지한 듯,
사람들이 비둘기를 피해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긴다.
드문드문 낮게 구르륵 거리는 비둘기 소리와,
조용히 그 옆을 지나가는 시민들.
누군가는 평화를 느낄 법 한 이 장면에서 나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새’를 떠올린다.
고전 영화로 새들에게 공격받는 이야기다.
영화 관련 책에서 항상 빠지지 않고 나오는 영화인데, 영화 전체를 보지는 못했고 유튜브에서 주요 장면만 본 적이 있다.
새떼가 사람들에게 달려드는 그 모습이 어찌나 기괴하고 공포스러운지.
출근길의 비둘기 떼를 볼 때마다,
지금은 얌전히 있는 새들이 언제 날 공격할지 모른다는 공포가 엄습해 오며, 자꾸 새에게 공격당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새들을 놀라게 하면 날갯짓이라도 할까 봐 나는 정말 조심조심 그 앞을 지나간다.
출근길 최고의 긴장이다.
무사히 오피스에 도착하면 긴장이 풀리고 이미 지친 상태.
출근만 했을 뿐인데 이미 모든 집중을 출근길에 쏟아버렸기 때문에 벌써부터 퇴근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비둘기 떼 앞을 지나가지만 않았더라도,
출근이 이렇게까지는 힘들지 않았을 텐데.
(정말?)
자연과 공생하는 기쁨을 떠올리지는 못할망정,
나는 출근의 힘듦을 비둘기 떼에게 전가하고 마음껏 ‘새 때문이야’를 외친다.
그래.
출근이 힘든 이유는,
일이 많아서도 아니고,
사람이 힘들어서도 아니고,
비둘기 떼가 무서워서다! (아무렴! 그렇고 말고!)
마음속으로 외치며 내일은 재택근무를 등록해 본다.
(어휴, 비둘기만 아니었어도 출근각이었는데. 이런… 상당히. 아쉽. 구만!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