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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늦어도 괜찮아

늦게 찾아오는 벚꽃에 대한 이야기

by sy


올봄은 날씨가 참 이상하다 못해 요상하기까지 합니다.

봄철 날씨가 원래 변덕스러운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지난 주말만 해도 비에 눈에 꽃피는 춘삼월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4월과 함께 아랫지방은 벚꽃이 만개하였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단지에 나름 긴 벚꽃터널이 있어 꽃구경을 하러 멀리까지 갈 필요가 없지만,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가까이에 있으면 그것이 진짜 좋은 것인지... 소중한 것인지를 잘 모르게 되나 봅니다.

없어봐야, 떠나고 나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처럼 말입니다.


언젠가는 단지 내에 이렇게 예쁜 벚꽃터널이 있냐고 감탄한 분이 있었습니다.

저는...

늘 보는 것이라 그동안 무덤덤했었나 봅니다.

그런데 사람마음이란 게 참으로 간사한가 봅니다. 그분의 말을 듣고 다시 보니 그때부터 달리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무튼 들려오는 벚꽃개화소식과는 달리, 제가 사는 이곳은 아직은 꽃망울만 보이고 거의 피지 않았는데, 양지바른 곳에 저렇게 딱 한 그루가 꽃을 예쁘게 피웠습니다. 햇살 좋은 날에 산책을 하다 바람을 타고 전해온 꽃항기에 눈을 돌려보니 참으로 예쁘게도 피웠더라 말입니다.


가장 먼저 피었기에 사람들의 눈에 들어왔고,

"이쁘다~~" 하며 관심도 많이 받았을 겁니다.

모르긴 해도, 다른 벚꽃나무들이 모든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저 벚꽃나무를 시샘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조금 늦기는 해도, 분명 때가 되면 다른 꽃나무들도 화려하게 꽃을 피울 테니 전혀 시샘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그때가 되면,

가장 먼저 핀 저 꽃은 이미 지는 꽃이라서,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질 것이고...

뒤늦게 핀 꽃나무가 그 자리를 차지게 될 것입니다.


모든 것은 그렇게 때가 있고, 그때가 되기 전에는 참고 견뎌야 하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한가 봅니다.

이는 비단 꽃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꽃이 그러하듯 사람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런 인고의 시간과 애씀의 끝이 항상 달콤하지는 않을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노력을 하는 이유는 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꿈 때문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꿈을 꾸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송이의 꽃을 피우려고 밤낮으로 애쓰고 있을 모두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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