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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길어 올리는 우물가
갑자기 찾아온 추위가 서럽다
- 익명(匿名)의 너에게 부치는 편지(10)
by
밤과 꿈
Oct 18. 2021
갑자기 수온주가 곤두박질을 쳤다.
제대로 가을을 느끼기도 전에 겨울이 성큼 다가선 느낌이야.
온라인 예배를 드린 후 하루 종일 집 안에서 칩거할 생각이었지만, 활문어를 사러 시장으로 가는 발걸음에 제법 바람이 차다.
심지어 햇살마저 초겨울의 햇살처럼 활력을 잃어가고 있어.
빛이 꺼져간다는 것, 생명이 머물다 기력을 다해 스러지는 것이 서럽다.
집 앞 화단의 해바라기가 바싹 마르고,
저물어가는 하루 해가 슬픔이 될 때
이를 바라보는 내 마음이 서러워...
온 세상이 지금 저물어가는 것들의 탄식으로 가득 찬 것 같아.
내가 나이를 너무 들어버렸나...
씁쓸하게 그런 생각도 해 보지만...
"나는 살기 위해 죽으리라."
말러의 교향곡 2번 '부활'의 5악장에 나오는 합창 가사이지만
.
..
그러고 보니 일주일 내내 이 음악을 듣고 있었네.
그래, 기울 때가 있으면 찰 때도 있고, 생명이 꺼져가는 순간에도 또 다른 생명이 잉태되고 있음이 자연의 이치이거늘,
대학생이었을 때 인도 철학사를 수강했었어.
담당 교수가 프랑스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스님이었는데,
하늘의 구름이 모여 비가 내리고
비와 햇살로 자란 곡식을 사람이 먹고
사람은 죽어 하늘로 간다는 것에서 윤회를 생각했다는 거야.
그리고 자연의 순환 원리에서 설명이 되지 않는 것 하나, 달을 사람이 죽어 저세상으로 가기 전 49일 동안 중음신이 되어 머무는 곳으로 해석했다는군.
우리의 전통적인 장례 절차의 49제가 여기서 연유한 것이겠지.
종교라는 것이 내세를 내세워 삶과 죽음을 함께 바라보는 것인데,
어쨌든 우리는 내일이 있어 오늘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겠다.
힘겨운 현실도 보다 나은 내일이 있으리라는 희망에 의지해 견디게 되는 것이리라.
이처럼 세상의 소멸하는 모든 것을 바라보는 서러운 마음도 자기 정화의 과정이라고 이해하자.
그러나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사람에게는...
슈베르트의 음악을 들으면 자신의 생명이 꺼져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한 사람이 바라보는 피안의 안식이 아름답게 나타나고 있어.
아름다운 선율을 타고 슈베르트의 아픈 생애가, 순정한 눈물이 흐르고 있음을 느끼게 되는 거야.
그의 생애를 생각하는 내 마음도 아프고 서럽지만, 서둘러 소멸을 향해 가는 이 계절에 우리가 조금은 서러워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 함께 들으면 좋을 음악: 슈베르트의 현악오중주곡 C장조 중 제2악장 아다지오.
https://youtu.be/QtIbhWZj8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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