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 익명(匿名)의 너에게 부치는 편지(12)

by 밤과 꿈

오늘 새벽부터 서울의 수은주가 영하로 떨어졌네.

가로수의 물든 나뭇잎도 모두 떨어져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한 겨울 칩거의 시간으로 접어들고 있다.

자연이 이렇듯, 겨울의 문턱에서 우리의 시선도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게 되는 것 같아.

겨울은 20대의 내가 가장 좋아했던 계절이었지.

눈이 내린 겨울의 풍경이 아니라, 가로수가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대기의 기운조차 처연한 도심의 풍경을 좋아했었다.

가릴 것 없는 여백의 골계미(滑稽美)가 내 마음과 같아서...

이와 같이 황량한 풍경에 대한 사랑이 영원하리라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경험하는 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봄이 싹 틔우는 생명력, 내면에서 피어나는 희망이 주는 환희의 짧은 순간이 생각 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오름을 느낀다.

그것은 내가 나이를 들어가면서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목마름이 있어서 일 것이야.

이제 겨울의 문턱을 넘어서는 시점(時點)에서 봄은 멀리 있지만, 기다리는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내면 속으로 칩거하고자 한다.

그래도 이 계절이 춥거나 외롭지 않으리라는 기대는 네가 곁에 있어서 가능하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겠다.

작년과 다르게 추울 것이라는 이번 겨울을 서로 마음의 온기를 나누면서 살아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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