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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과 꿈 Mar 09. 2022

우리가 함께 스틱스 강을 건널 때

- 한 우크라이나 가족의 죽음을 기리며

얘들아, 너희들 잘못이 아니야

좀 더 서둘렀어야 했지만

죽음이 이처럼 갑자기 찾아올 줄이야

그렇지만 너희들 잘못이 아니야

탄환인지 포탄의 파편인지 모르지만

뜨거운 금속이 너희의 살을 찢고

가녀린 생명을 앗아갈 때

엄마도 너희와 함께 있었다는 것을

언제나 너희와 함께 했던 것처럼

죽어서도 너희와 함께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아라

눈을 감아라, 처참한 모습을 보지 말고


                         - 자거라 얘들아, 어서 자거라

                            다시는 깨어나지 말고

                            너희가 가는 그곳에는

                           죽음의 고통 같은 것 없을 거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지 뭐야

뜨거운 금속이 급작스럽게 날아와

너희 살갗을 찢고 근육을 끊을 때

엄마도 살이 찢기고 내장이 흘러내려

사신(死神)과 눈을 맞추었기에

너희를 돌볼 틈조차 없었지 뭐야 

그래도 다행인 것은 지금처럼

저승길도 한 가족으로 동행하는 거야

페리를 타고 어디 여행을 떠나듯

편한 마음으로 스틱스 강을 건너는 거야

고통도 두려움도 전쟁도 없는 곳을 향하여

우리가 함께 손을 잡고 스틱스 강을 건너.

 

                         - 자거라 얘들아, 어서 자거라

                            한 가지 소망이 있다면

                            이 엄마의 품 안에서

                            너희들이 편히 잠들기 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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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 스틱스(styx) 강: 그리스 신화에서 이승과 저승 사이를 경계 지어 흐른다는 강.


 뉴욕타임스에 전장 우크라이나의 국민인 한 일가족의 주검 사진이 지면을 장식했다. 러시아의 민간인 살상의 실체를 알리기 위한 조치였을 것이다. 어떤 명분에서라도 국가 간 전쟁에서 민간인의 살상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현대전에서 군사 목표물에 대한 정밀타격이 중요한 까닭이다.

 이런 피해 속에서도 결사항전의 의지를 굽히지 않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결기가 놀랍다. 누가 보더라도 이 전쟁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연상케 한다. 상대가 되지 못하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러시아를 상대로 우크라이나가 버틸 수 있는 이유로는 역사적인 상처가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스탈린 치하의 구 소비에트 연방,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에서는 1932~1933년에 걸쳐 극심한 기아로 수많은 사람들이 아사했다. 그것은 농장 국영화와 인력 재배치로 인한 결과였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일부 주민들이 극동지역으로 강제 이주(극동지역에 살던 고려인들은 중앙아시아로 이주)를 당해 극동 우크라이나라는 명칭이 생겼다.

 이때 우크라이나에서 불리던 슬픈 노래로 '마지막 자장가'가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일가족의 참상을 '마지막 자장가'의 가사 일부와 대비시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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