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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과 꿈 Apr 15. 2022

겟세마네에서 갈보리로 향하는 주의 고난

- 밤과 꿈의 신앙 에세이(11)

 부활 주일을 앞둔 한 주간을 개신교에서는 고난주간, 가톨릭에서는 성주간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는 오늘을 성금요일로 기념하고 있다. 모든 기독교인들은 이번 한 주간을 참회의 마음으로 경건하게 보내면서 부활절을 기다리게 된다.  특히 새벽기도가 보편화되어 있는 한국의 모든 개신교회에서는 고난주간에 특별 새벽기도회로 참회하는 마음으로 예수의 고난에 동참하고 부활의 기쁨을 준비한다. 

 기독교의 양대 절기인 성탄절과 부활절 중에서도 가장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 부활절이다. 예수의 부활이 없다면 교회는 존재의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부활에 대한 소망이 있었기에 역사상 끊이지 않은 부침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예수의 부활이라는 사건이 예수의 고난을 전제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본다면 예수의 십자가는 교회의 기둥이요, 개인 신앙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십자가에 이르는 예수 고난의 과정을 통해 자신의 신앙을 점검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예수 고난의 출발은 겟세마네에서 이루어진다.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신성과 함께 인격체로서의 인성을 동시에 지닌 예수가 곧 자신에게 닥칠 고난의 시간을 알고 인간적인 번민을 느낀다.

이에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겟세마네라 하는 곳에 이르러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내가 저기 가서 기도할 동안에 너희는 여기 앉아 있으라 하시고
(마태복음 26: 36)

이에 말씀하시되 내 마음이 매우 고민하여 죽게 되었으니 너희는 여기 머물러 나와 함께 깨어 있으라 하시고
조금 나아가사 얼굴을 땅에 대시고 엎드려 기도하여 이르시되 내 아버지여 만일 할 만하시거든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하시고
(마태복음 26: 38~39)

 얼핏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예수에게서 인간적인 연약함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성서의 내용에 대하여 오해를 해서는 안될 것이다. 예수는 자신에게 닥쳐올 십자가에서의 고통스러운 죽음 자체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예수는 인간의 구원이라는 자신의 소명과 그것이 십자가의 죽음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예수는 신성과 인성을 함께 가진 존재이기에 예수의 인격이 가진 고민이 있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잘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말이다. 인격체로서의 그는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시험에 들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는 하나님에 대한 신뢰를 끝까지 잃지 않는다.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라고. 

 믿음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바꾸어 말하자면 믿음은 관계에 관련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우리의 신앙은 바꾸어 말하면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가장 유용한 수단이 바로 '기도'라고 할 수 있다.

 예수가 겟세마네에서 인간적 고뇌에 찬 기도를 마친 후 잠들어 있는 제자들을 향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제자들에게 오사 그 자는 것을 보시고 베드로에게 말씀하시되 너희가 나와 함께 한 시간도 이렇게 깨어 있을 수 없더냐
시험에 들지 않게 깨어 기도하라 마음에는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 하시고
(마태복음 26: 40~41)

 십자가의 죽음을 앞두고 예수는 제자들의 깨어있지 않음을 질타하고 있다. 잠들지 않고 깨어있음이 단순히 생리적인 현상을 말하고 있지 않음은 당연한 것으로 하나님과 연결되는 영적 자각을 촉구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즉 기도란 영적으로 하나님을 인식하고 하나님과 동행하는 것으로 신앙의 분명한 표현이라고 할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십자가가 신앙의 중심이라면 겟세마네에서 시작되어 갈보리의 십자가로 완성되는 예수의 고난은 우리 죄를 대속한 의미와 함께 우리에게 신앙의 모범을 제시한 의미도 있지 않을까.

 예수는 겟세마네에서 제자들에게 다시 한번 촉구한다.

일어나라 함께 가자 보라 나를 파는 자가 가까이 왔느니라
(마태복음 26: 46)

 예수의 촉구에도 불구하고 예수의 공생애가 끝나는 순간에 제자들은 예수의 곁을 지키지 않고 예수를 부인한다. 우리 또한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는 제자로서 자신의 연약한 신앙을 돌이켜 생각하게 된다.

 겟세마네에서 갈보리에 이르는 예수의 고난의 길은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를 보여주는 예표하고 하겠다. 예수의 고난에 동참하면서 자신이 감당해야 할 고난을 회피하지 않는 것, 그것이 신앙인으로서 지녀야 할 자세가 아닐까, 하고 성금요일에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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