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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과 꿈 Sep 11. 2022

어린 테러리스트의 꿈


오래 꿈을 꾸고 있었다, 깨지 않을 꿈을

꿈에 벌레가 자라고

자라서 나방이 분가루를 털며

칙칙한 날개를 펼쳐도

깨지 않을 꿈을 꾸고 있었다


벌레가 자라서 나방이 되듯

소년은 혼란한 청춘을 지나

어른이 되도록 꿈을 깨지 않았다

껍질에 감싸인 번데기처럼

꿈속에 갇혀 깨어날 생각 없이


차라리 소년은 꿈속이 편안했다

꿈에서 일찍 깨어나

겪었을 좌절을 피하고, 사실은

좌절을 속으로 견디며

번데기처럼 미동도 없었다


벌레가 번데기가 되고

번데기가 탈피를 해

날개 달린 나방이 될 때까지

꿈은 계속되었다, 소년은

꿈을 깨고 싶지 않았다


깨어나지 않을 꿈을 꾸는 것,

그것은 소년이 꿈꾸던 삶으로

그는 자신의 삶에 끝나지 않을,

달콤한 테러를 꿈꾸고 있다

지금까지도 깨어나지 않는 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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