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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과 꿈 Sep 29. 2022

연인(戀人)

- C. Dumont과 E. Piaf가 부르는 ‘연인들’에 부쳐


외로워서 그리워하기로 했다


그리움이 갈증이 되어

마음에 마르지 않을,

깊은 우물을 파기로 했다


힘을 잃은 겨울 햇살처럼

사랑은 점점 시들해지고

바닥을 드러낸 우물은

마음에 어두운 심연을 만들었다


달빛 냉랭하고 마음이 외로운 밤에

심연에서 들리는 호곡(號哭) 소리,

그리운 옛사랑이 아프다




……………………………………………………………


 프랑스의 샹송 가수 샤를르 듀몽(Charles Dumont)과 에디뜨 삐아프(Edith Piaf)가 부르는 샹송 ‘연인들(Les Amants)’을 오랜만에 들었다.

 아마도 1977~78년쯤이었을 것이다. 국내에 라이선스로 발매된 에디뜨 삐아프의 LP로 이 노래를 처음 들었던 것이. 그리고 오래 잊고 있었던 노래다. 중학교 3학년 때 용돈을 아껴 샀던 LP는 내 곁을 떠난 지 오래이고, 이 노래를 에디뜨 삐아프의 노래라고 부르기에는 샤를르 듀몽의 비중이 커서 흔한 에디뜨 삐아프의 음반으로 다시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훗날 구입해 소장하고 있는 에디뜨 삐아프의 일본 발매 2장짜리 대표곡 선집 LP에 이 노래가 수록되어 있는 사실도 줄곧 모르고 있었다. 가을이 되어 샹송 음반에 손이 가서 비로소 확인하는 반가움이다.

 중학교에 다닐 때 용돈을 아껴 LP를 사기 위해 먼 거리의 학교까지 걸어서 통학하며 점심을 빵으로 해결하면서 음반을 수집했었다. 분실한 에디뜨 삐아프의 LP도 그렇게 구입했던 음반인지라 추억이 많은 노래다.

 음악도 좋지만 ‘연인’이라는 제목 만으로도 심장이 뛰고 마음이 따뜻해진다. 오래 잊고 있었던 젊은 날의 풍경, 그것도 그 중심에 자리한 주제인 사랑에 빠진 청춘들을 일컫는 말이다. 타인인 두 사람이 사랑을 끈으로 연결되어 하나가 되고자 하는, 아찔하지만 간절한 감정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연인들이다.

 그러나 무라카미 하루키가 소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에서 화자인 하지메를 통해 “나는 더 이상 고독하지 않았지만, 그와 동시에 이제껏 느껴본 적이 없을 만큼 깊은 고독에 사로잡혔다”라고 갈파했듯이 연인들이 경험하는 달콤하고 벅찬 감정의 시간은 순간이고, 이내 슬픔이나 아픔의 시간을 맞이하게 된다. 청춘의 사랑은 욕망의 또 다른 이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욕망은 본질적으로 채워지지 않는 것이다. 연인들이 사랑에 빠지는 처음에는 그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세상을 다 가진 기분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찾아온 행복이 떠날까 봐서 불안해진다. 그러면서 욕망은 자라고 결코 채워지지 않는다.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연인’이라는 말은 세월이 지난 뒤에 돌이켜 볼 때 아름답기 그지없다. 어쩌면 연인이 되어 서로 사랑하는 그 순간에 겪는 다양한 감정이 있어 그 시절은 가치가 있고, 아름다움이 빛을 발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때는 우리의 일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지만, 이미 우리에게서 떠나간 시간이다. 그래서 그 시간은 영원히 아픈 아름다움으로 남았다.




https://youtu.be/vgjzlivdIP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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