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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과 꿈 Nov 01. 2022

슬픔은 마음에 강을 만든다

- 음악은 인생을 감싸고 흐른다(1)

고레츠키의 교향곡 3번 ‘슬픔의 노래’


 핼러윈을 앞둔 지난 토요일, 가슴 아픈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156 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참사가 고도로 시스템화 되어 있는 수도 서울에서 벌어졌다는 것이 우선 충격이고, 어이없이 생명을 잃은 사망자의 대부분이 20~ 30대의 꽃다운 나이였다는 것이 더없는 슬픔입니다.

 심지어 10대의 피해도 있었다는군요.

 사고 이후 매스컴은 연일 이 참사의 원인을 분석하면서 다루고 있고, 이웃을 잃은 애통함을 표현하고 있지만 지금 졸지에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를 잃은 사람들에게 어떤 위로가 가슴에 와 닫겠습니까?

 예고 없이 닥치는 죽음의 황망함, 그것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가까운 사람과의 사이에 형성되는 생과 사의 거리가 얼마나 비현실적이며, 가까운 사람의 돌이킬 수 없는 부재가 인정하기 힘든 일이라는 것을 이해할 것입니다.

 저도 이십여 년 전 갑작스러운 사고로 작은 형님을 떠나보낸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죽음은 떠나가는 사람과 남게 될 사람 모두에게 준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준비 없이 맞이하는 죽음은 살아남은 사람에게 무지막지한 슬픔을 강요합니다.

 슬픔은 마음에 협곡처럼 깊은 상처를 남기고, 이내 슬픔은 강물이 되어 마음속 협곡을 범람하고 맙니다.

 언젠가 눈물마저 마르고 협곡은 메말라 바닥을 드러내게 되겠지요.

 그때까지는 주체하지 못할 슬픔의 시간에 속할 것입니다.

 지금 슬픔의 시간에 속해 있는 사람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슬픈 시간을 막무가내로 견디는 일입니다.

 슬픔이 마음을 파헤치며 강물이 되어 범람하는 모습을 넋을 놓고 바라볼 따름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곁에서 그들이 겪고 있는 슬픔에 공감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위로일지도 모릅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하는 것, 그 이상의 위로는 없을 것입니다.

 

 



https://youtu.be/g5fg8-VWNo0

고레츠키의 교향곡 3번 ‘슬픔의 노래’ 중 2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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