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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과 꿈 Nov 08. 2022

그리움을 남기고 한 시대가 저물어 간다

- 음악은 인생을 감싸고 흐른다(3)

차이코프스키의 가곡 ‘다만 그리움을 아는 자 만이’


 이번 주일은 교회의 명예 목사님이신 김성호 목사님께서 교인들에게 식사를 대접하신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목사님의 뜻을 받들어 미국에서 살고 있는 자녀들까지 귀국, 애찬실(愛餐室)에서 배식과 설거지를 감당했습니다.

 조금 날짜가 지난 감은 있지만 목사님의 생신을 축하드리면서 성가대가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케이크까지 준비했습니다.

 얼핏 보기에 참으로 기쁜 날이고, 대부분의 교인들은 기쁜 마음으로 애찬을 받고 목사님의 생신을 축하드렸습니다만, 실제로는 가슴이 먹먹한 사실이 하나 있었습니다.

 일부 교인들만 아는 사실이지만 목사님께서는 최근에 기대 여명이 3개월인 희귀 암 4기의 진단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당신의 연세와 동갑으로 86년의 역사를 가진 교회를 교육 전도사에서부터 담임 목사로 은퇴하시기까지 섬겨온 목사님.

 목사님에게 있어 목회 경력의 전부인 교회이기에 마지막으로 교회와 교인을 섬기고 싶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날짜를 지나 생일을 기념하는 것이 이치에 어긋나는 것이기는 하지만 목사님의 상황을 알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것이 당회원들의 마음일 것입니다.

 은퇴하신 이후로 목사님께서는 후임 목사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한 달에 한 번, 매달 첫 째 주에만 교회에 출석하셨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병세가 악화되면 더 이상 교회에 출석하기 힘들어질 수도 있어 주일의 애찬은 목사님께서 교인들에게 보내는 작별 인사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목사님께서 제 결혼식의 주례를 맡아주셨고, 딸아이의 유아세례를 집례 하신 인연이 있습니다.

 그리고 정력적으로 목회하시던 목사님의 모습만 기억하고 있었던 저에게 목사님의 발병 소식은 단순한 슬픔 만이 아닌 복잡한 심정을 가지게 했습니다.

 그것은 한 시대가 저물어 간다는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일주일 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으신 최의겸 권사님, 20대에 교회 성가대원이 되어 60대에 이르기까지 기쁜 마음으로 하나님을 찬양했습니다.

 음악을 좋아하셔서 교회 바깥으로는 한국남성합창단의 창단 단원으로서 합창단의 회장을 역임하셨습니다.

 교회 반주자였던 박혜원 권사님과 결혼, 음악 전공자인 두 자녀와 며느리, 사위 등 온 가족이 교회에서 성가대원으로 봉사했습니다.

 이들 어르신들의 다가온, 그리고 앞으로 닥칠 부재에서 한 시대가 저물어 가는 안타까움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인생 대선배들과의 관계에서 보다 친밀하지 못한 틈은 없었는지 생각하며 아쉬운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안타까움은 잠시이겠지만 지나간 시대와 그 시간 속에서 만났던 사람에 대한 그리움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선배들이 앞서  길을 그리움을 붙들고 따라가기에 언젠가 길었던 여정 끝나는 자리에서도 외롭거나 허무하지는 않으리라 믿어 봅니다.

 







https://youtu.be/pXxCLosc8_c

차이코프스키의 가곡 ‘다만 그리움을 아는 자 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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