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나라의 낯선 풍경

by 밤과 꿈

코로나19로 걱정이 많았던 2021학년도 대학 수학능력시험이 어제 무사히 끝났다. 물론 정말 별 탈 없이 끝났는지는 2주간을 더 기다려봐야 하겠지만 말이다.

오늘 하루를 위해 어수선하고 답답했던 금년 한 해를 마음 졸이며 보냈을 수험생들이 더없이 안쓰럽게만 보인다. 비단 수험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가 아니라도 자신이, 혹은 자녀를 통해 같은 경험을 가진 사람이라면 나와 같은 마음 이리라. 그만큼 제도의 방식은 변해왔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국가가 인정하는 시험이라는 대학 진학 방식의 연원이 오랜 것이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당연한 이 일이 외국인들의 눈에는 낯설기만 한 풍경인가 보다. 어제의 수능 모습에 대하여 영국의 BBC 방송은 "팬데믹에도 멈추지 않는 인생을 바꾸는 시험"이라는 제목의 보도를 내보냈다고 한다.

이러한 외국 언론의 보도를 접하는 우리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우리의 모습에 대해 결코 긍정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보도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방인의 입장에서 한국이라는 나라의 이런 모습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낯선 모습이라서 뉴스의 소재로 등장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우리에게는 그다지 개운치 않은 소식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외국 방송의 보도 내용을 부정할 수 없다는 점에 우리의 자괴감이 크다 하겠다.

어쩌다 우리는 단 한 번의 시험으로 인생을 결정짓는 왜곡된 사회를 만들게 되었을까. 그래서 외국의 언론마저 왜곡된 우리 사회의 모습을 지적하게끔 되었을까.

영국의 BBC 방송은 지난 2018년에도 우리의 2019학년도 수능 시험에 대하여 "한국, 시험날에는 나라가 멈춘다"라는 제목으로 보도를 내보내었다.

모두가 과열된 교육열이 만들게 된 우리 사회의 우울한 자화상이다.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사람 구실을 할 수 없다는 식의 왜곡되고 차별적인 사회를 만든 우리의 부끄러움인 것이다.


그래도 지금은 어떻게든 자녀를 대학에 보내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과잉된 교육열 덕분에 대학이 과잉 공급, 대학을 들어가기는 어렵지 않게 되었다. 다만 얼마나 좋은 대학에 들어가느냐가 관건이고, 이에 따라 한 사람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대학을 다녔던 1980년대에는 고교 졸업자의 30% 정도만 대학을 갈 수 있었다. 그러니까 대학을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경쟁에서 밀린 고교 졸업생의 다수가 산업 역군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산업 현장에서 청춘을 보내야 했던 시절이었다.

그때와 지금 중 어떤 시절이 그래도 나은 시절이었는지는 솔직히 분별이 안된다. 둘 다 우리 사회의 우울한 자화상으로 훗날 기억되더라도 미래의 세대는 보다 개선된 교육 환경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지금 외국의 언론이 우리의 교육 환경을 신기한 나라의 낯선 풍경으로 보듯 훗날에는 우리가 지금의 교육 환경을 지난날의 낯선 풍경으로 되돌아보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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