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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과 꿈 Apr 02. 2024

생각하기에 너무 신파적인


 라디오에서 유심초가 부르는 옛 노래를 듣는다

 아~ 사랑은 타버린 불꽃, 아~ 사랑은 한줄기 바람인 것을,

 이라는 가사가 지금 듣기에 많이 신파적이다

 이 노래를 좋아했던 시절 내 사랑도 신파였던가

 어쩌면 그 시대가 그다지도 신파적이었던가

 서툴러서 아름다웠던 낭만도

 최루탄 가스에 눈물 콧물 쏟았던 투쟁도

 대중소설 속 흔한 이야기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유행가에

 뜨거웠던 시절을 부정하는 생각을

 마냥 아니라고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단정은 한참 나간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선거철을 맞아 선량이 되겠다고 나선 이들의 구린 뒷모습이 밝혀질 때

 그것도 평등을 가치로 하는 진보 인사의 위선을 알게 되었을 때

 여전히 그들에게 지지를 보내는 이가 있다는 사실에

 웃기는 세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세상을 향해 던진 냉소가 자신에 대한 모멸감으로 돌아올 때

 살아온 날이 죄다 신파와 같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생각으로

 네 삶은 얼마나 품격이 있었냐고

 젊음을 뜨겁게 달구었던

 평등을 가치로 지키고 여태 살아왔냐고

 죽어라고 한 사람을 사랑해 보았냐고

 아무리 생각해도 내 삶이 신파적이었다는 사실에

 답답해지는 마음까지도 신파적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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