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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잠

by 밤과 꿈


밤새 찾아온 한파에 뒤숭숭한 마음

못 이루고 뒤척이다 깜박 든 잠결에

뜬금없이 오래전 끝난 사랑을 만난다


처음 만났던 모습 그대로의 그녀가

반갑다기보다는 앞서는 걱정으로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

마음에서 그녀를 지우면서 했던 바람같이

지금도 변함없이 행복한지

부질없는 생각이지만

주변에 아픈 사람이 너무 많고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많기도 해서


한겨울 찬 기운이 마음을 훑어내리는

설익은 꿈이 개운치는 않지만

끝난 사랑이라도 마음을 쓸 수 있어

깨어도 기분 좋은 선잠.





NOTE


잠결에 꾸는 꿈에 뜬금없는 인연이 등장하는 경우가 있다.

첫사랑도 그런 경우다.

첫사랑이 왜 뜬금없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오랜 시간을 잊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로, 잊은 듯 살았던 것이 아니라 잊고 살았다.

물론 젊었을 때의 이야기다.

살기에 바빴던 시간 속에서 끝난 사랑을 마음에 상기시킬 겨를이 없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잠결에 꾸는 꿈도 더불어 빈번해진다.

늘어난 꿈 속에 첫사랑이 등장한다고 해서 이를 두고 별일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꿈이 흉몽은 아니겠지만 꿈을 깬 뒤의 마음자리가 썩 개운하지는 않다.

덜 깬 잠을 떨치고 첫사랑의 행복을 빌어볼밖에.

그 외는 내가 달리 할 일이 없어도 첫사랑에게 쓸 마음이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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