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 밝음을 바라봐야 할 때

by 밤과 꿈

2021년 신축년이 밝았다 라고 말하면 조금은 상투적이겠지만, 그래도 이번 연말연시는 오히려 그와 같은 구태 속에서 머물고 싶은 생각이 들만큼 비정상적인 상황 속에서 맞이하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보신각 타종이나 해맞이와 같은 행사가 사라진 것은 물론, 이와 관련한 TV 영상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해마다 연말이면 경험했던 흔한 일상이 이제는 귀한 일상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예전이라면 TV와 신문에 넘쳐났을, 희망찬 새해를 전하는 신년 방담이나 명사들의 신년사 또한 드물다. 우리가 처한 우울한 현실이 희망을 말하기에는 아직은 섣부르다는 판단이 있어서일까. 그보다는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의 무게가 너무 무겁게 우리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 블루'라는 말처럼 지금 우리는 집단적 우울증에 빠져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럴 때 한국 개신교계의 원로 목사 한 분이 새해를 맞이하여 쓸 휘호로 선택한 글이 있어 소개한다.


"주님의 진노는 잠깐이요, 그의 은총은 영원하니

밤새도록 눈물을 흘려도 새벽이 오면 기쁨이 넘친다"


구약성경 시편 30편 5절(새번역)의 내용이다. 막막한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절망은 그 끝이 있으니 반드시 희망의 때가 이른다는 믿음의 말이다.

성경을 인용했다고 해서 종교적인 믿음, 즉 신앙을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종교를 떠나서 우리의 마음이 어둠 속에 머물 때 어둠을 이기고 밝음을 기다리는 믿음의 글이다.

종교적으로는 우리가 겪는 모든 고난은 주(신)에게서 떠나간 우리의 죄로 말미암은 주의 진노이지만, 주의 진노는 잠깐이니 기도로서 우리의 죄를 회개하고 주의 긍휼을 구하라 라는 의미의 글이다. 그리고 기도에 대해 말하자면, 나는 응답받는 기도의 제일 조건으로 기도의 응답에 대한 확신이라고 믿는다. 만일 기도하는 사람에게 기도로서 구하는 것에 대한 확신이 없이 응답에 의심이 있다면 그 기도는 결코 응답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크리스천으로서의 내 경험이다. 따라서 기도하는 마음이란 소망하는 것이 이루어지리라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뜻한다.

일반적으로도 이와 같은 강력한 믿음은 고난을 이기는 강력한 힘이 된다. 이른바 소명의식이나 역사의식 같은 것이 개인이나 사회, 나아가서는 인류의 미래를 변화시킨 강력한 믿음의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전직 대통령이 야당 당수로서 민주화 투쟁을 하면서 했던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라는 유명한 말이 기억난다.

언젠가 코로나19는 극복될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에 경험할 우리의 삶이 이전과 같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리고 우리가 또 다른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하리라는 것이 보다 개연성 있는 추측이 아닐까. 이렇게 거듭되는 위험에도 물러서지 않고 극복해나갈 때 결국 우리의 미래는 희망찬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겪는 고난이야말로 우리의 새로운 내일을 열어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이 시간을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지혜와 의지가 필요한 때이지 싶다. 그래서 우리가 짙은 어둠이 드리운 시간에 있어도 그 시간은 어둠 속에서도 밝음을 보는 예지력이 우리에게 요구되는 시간이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