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가 훌쩍 넘은 시어머니는 집에서도 하루종일 시아버지를 쫓아다녔다.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을 시아버지에게 표현하지만 반면에 시아버지는 그런 시어머니의 마음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심지어 무관심하며 수수방관하여 방치하고 더 귀찮게 하면 육두문자를 날리고 밖으로 나가 외박을 하고 안 들어오셨다. 물론 성인군자인 아버지는 가봤자 동네'찜질방'이지만 말이다. 시아버지는 초식남자라 여자를 무서워한다. 적어도 겉으로는.
문제는 시아버지가 시어머니에게 관심과 사랑을 주지 않을 때 벌어지는 일이다.
1단계로 어머니는 몸이 아프다. 심하면 실신함.
2단계로 응급실에 실려간다. 병원에서는 입원 거절! 금방 돌아온다.
3단계 나에게 긴히 할 얘기가 있다고 한다. 왜?
4단계 그 긴히 할 얘기는 " 몸이 아파서 애들도 못 돌보고 살림도 못하니 곧 입원을 할 예정이다."라고 요약되고
5단계 난 그 과정이 반복되면 피곤하다고 짜증 난다고 강경노선에 서게 되고 시어머니는 그런 내가 괘씸하다고 한다.
6단계 결과적으로 시부모님의 사랑문제가 고부갈등으로 전이되어 전쟁이 확산되는 과정이 연출된다.
이 과정에서 시부는 어디론가 가서 안 보이고 시어머님과 나만 남아 계속 대치 상태로 지내게 되었다.
반대로 시부가 시모에게 사랑을 주면
6단계까지 안 가고 서로 적당한 선에서 모든 게 마무리되는 경향이 있었다.
사실 시어머니는 나한테 전혀 관심이 없고 오로지 그녀의 눈과 가슴은 시아버지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나의 시모는 사랑과 관심이 없으면 시들어 버리는 꽃이었다.따라서 당장 분가나 이혼을 못 한다면 시아버지와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해 봐야 했다.
그러나 한 바둑 두시는시아버지는 지략가라서 이 문제의 본질을 흔들어 호도하여 '고부 갈등'으로만 국한시켜 시아버지는 이 문제에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발을 빼려고 해서 그 지점에서 또 전쟁을 치르게 된다.
시부모의 사랑 문제로 아들과 며느리 관계는 파탄이 나고 손자 손녀는 단기적으로 불안증까지 겪게 되었다.
이 정도까지 오면 분가 정도가 아니라 모조리 다 인연을 끊고 사는 게 답인데 여러 현실적인 문제가 앞을 가로막았다. 여기저기 걸쳐져 있는 사업과 경제적인 문제, 육아 문제 등등...
어차피 유한한 인생, 언젠가 반드시 난 화장터에 들어가 흩날리는 먼지가 될 몸인데 사는 동안 이런 문제로 지지고 볶으면서 고뇌하는 게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