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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봄 Apr 01. 2024

45화: 상담치료가 힘든 며느리

정신과도 심리상담도 왜 나의 시어머니에 대해 빨리 어떤 종류의 악마인지 진단안 해주는지 모르겠다. 인간의 마음을  오랫동안 연구한  전문가면 1시간 정도 상담하면 시모가 어떤 카테고리에 속하는  이상하고 괴상한 사람인지 알아내야 하는데 그에 관한 언급은 없고 계속 ''에 대해서만 묻는다.


상담비용이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워 4회 상담 안에 어느 정도 확답을 받아야 하는데  자꾸 나의 어린 시절, 어렸을  부모님, 과거에 심 상태 등 나의 일생에 대해서주야장천 질문한다.  선생님대화를 이끌어 나갈  때 상담 받는 입장에서 그분 말을 끊고 내 생각  주장하기가 어렵다. 조급해진 내 가슴이 더 뜀박질을 해대는 것 같아 정신과에서 처방받은 약을 복용하며 상담에 임했다.


내 의견이 어떻든  심리 상담이 필요해 여기까지 온 사람이고 선생님은 10년 이상의  경력자다. 내가 10년의 고부갈등을 겪은 사람으로 자타공인 '피해자 며느리'라는 결론을 얻어내려면 여기서 나의 생각은 접어두고 전문가의 의견을 수용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이상한 시모는 40세에 결혼해 갑자기 만난 사람인데도 내 유년시절부터 알아야 시모라는 사람과의  관계 및 시모가 어떤 사람인지도 나중에  설명해 줄 수 있다고 하니 그분의 요구에 일단 응하기로 했다.


"아버지 얼굴은 기억이 잘 안 나요... 유치원 다닐 때인가... 같이 자전거 타고 마트 같은데  간 기억이 있고요.."


"네, 거기까지 하고요. 어머니는 어떤 분이셨어요?"


"지금은 돌아가셨는데 아주 강한 분이었어요. 지금 떠올려 보면 어린 제 눈에는 쟌다르크나 결은 다른데 돈키호테 같았어요. 생활력도 강하고 호기심도 많고 쉽게 모험을 하는 스타일이랄까... 열정이 늘 넘치는 분이었죠. 그러나... 엄마 품이 기억이 안 나요. 안겨본 적도 대화를 나눈 기억도 없어요. 엄마는 늘 밖에서 일을 했으니까요. 전 할머니가 키워 주셨어요. 그런데 할머니도 엄청 강한 사람이어서 서로 힘들었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제가 반항을 많이 해서 많이 혼났대요. 고분고분한 동생은 안 혼났는데 저만 계속 혼났다고 하더라고요..."


"어머니에 대한 이경란 님의  마음은 어땠어요?"


누군가 '어머니'에 대해서 말해 달라고 하면 참 난감하다.  그러고 보니 일찍 세상을 달리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고 평생 어머니랑 살았지만 그녀에 대해서도 잘 몰랐다. 기본적인 성향만 알지 한 번도 엄마의 내면대해 애정을 가지고 관심을 기울여 본 적이  없다. 궁금하지도 않았다. 난 늘 내 코가 석자였다.


브라질로 이민 갔다가 어렸을 때 한국으로 돌아온 후 초등학교 시절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어머니가 밥은 먹여 주었는데 그 누구도 내 마음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았고 내가 학교에  적응하는지 알려고 하지 않았다, 단  한 사람도 지속적으로 내 상태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

 나중에는  학습을 통해 예전의 그 상황들을 이해는 했지만 누군가와 제대로 소통하지 못 한 체 그냥 자랐다. 내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중에 내가 결혼한 후, 엄마한테 왜 나랑 소통을 안 했냐고 물어보니 엄마는 생계 때문에 일하느라 바빴고 나를 무조건적으로 믿었다고 한다. 내가 뭐라고 날 믿었을까. 트레스가 심해서인지 그 당시 바보였는지 언어습득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한국말을 못 한다고 학교에서 따로 관리를 해주고 신경 써 준 것도 없었다. 난 그냥 다녔다. 친구들이 날 놀리는지 왕따를 시키는지 그 개념도 없었다. 성적표 늘 받아 왔지만 대략 꼴찌였던 것 같다. 시험 때마다 난 백지를 내거나 시험지 위에 화려한 그림을 그려서 냈다. 그들은  날 구경했고 난 그들을 구경했다. 우리는 서로를 구경하며 지냈다. 단 1 대 50이었을  뿐이다. 겨우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말도 안 통하는데 일 열심히 다녔더니 졸업이 된 것이다. 6년간 잠을 자다 깼는데 누가 졸업장을 준 느낌이랄까...


중학교 1학년이 돼서야 적응이 됐는데 갑자기 은 과목들을  공부하라고 했다. 오지의 어느 깊은 산속에서 13년 만에 발견돼 나온 늑대소녀처럼 그냥  호흡만 하고 살았데...


말과 글을 다 이해한 후부터 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중학교부터 고등학교 3학년때까지 내가 쓴 일기장에는 입에 담을 수 없는 특정 대상에 대한 증오가 담겨 있었다


그런데 선생님은 자꾸 왜, 왜, 왜 나의 어머니,  그것도 돌아가신 우리 엄마에 대해서  묻는 모르겠다. 과거의 일이 그렇게 중요한 건가?


"... 저기요. 선생님... 솔직히 말해야 하죠? 그래야 제 상담이 원활히 진행될 테니까요...? 전 엄마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증오했어요..."




우리가 꾸준히 소통했더라면 난 어머니를 많이 사랑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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