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에 몸을 누이고 입을 크게 벌린다
플래카드를 걸어둔 것도 아닌데, 어떻게들 알고들,
주머니를 짤랑거리며 달려올 때마다 양볼이 불룩해지고 턱근육이 뻐근해진다
꼭 움켜쥐려 애를 쓰는 나의 몸짓
종량제 봉투의 꽁지를 질끈 묶은 채 밖에 내놓는다
더 단단히 다물어야 더 많이 담을 수 있겠지
봉지 하나값을 아꼈지만 육중한 몸들의 누설로 가득 찬 거리
반쯤 닫힌 입에서 튕겨 나간 동전들
퓽퓽. 오락실 게임기에서나 들릴 법한 소리
물방울이 이마에 튀어 미지근하게 번진다
차곡차곡 깔린 나를 배경 삼은 사람들이 기념 촬영을 한다
물줄기와 나란히 서보세요 예, 하나 둘 셋- 찍습니다
우글거리는 머리들이 두더지처럼 솟아있고
나는 분명 여기 있는데 프레임 안엔 내가 없다
작은 알갱이들이 뭉쳐서 철갑을 몸 위로 두른 것처럼
차갑고 무겁게 숨겨주는 알갱이들, 단단해서 감사했다
분명 소원을 위해서였는데 언제부턴가 목적이 흐릿해진다
던져야 해서 던졌고 던지지 않으면 불안해서 멈출 수 없었다
몸에서는 쇠 냄새가 났다
녹인 동전으로 내가 된 게 아닌지 아지랑이가 보였다 땡볕 아래서
데구루루 가로질러 나아가야지 열기와 바람에 가공된 가슴으로
울퉁불퉁한 게 많을수록 좋다 턱에 턱턱 걸릴 때마다 가뿐히 날아갈 수 있으니까
콘도르를 만난 적 없다 그래서 떠올려보는 반가움 꽃말은 영원한 자유
생글생글 웃는 나를 보고는 어제까지 아프다던 애가 맞느냐던
물음 아프고 난 다음날이 좋아 난
가느다란 물줄기가 어깨를 스칠 때마다 내 몸이 비대해지고 있었다
먹성 좋게 거리를 입에 가득 담아 우물거렸다
나른한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본다
해가 내리쬐는 아래로 일렁이는 연기
나는 조금 더 커지길 바랐지만, 이미 입속에 꽉 찬 거리와
휘어버린 물줄기가 목구멍에 턱턱 걸려온다
더 이상 커지지 않고 공허하게 비워지는 기분
얇게 갈라지는 금빛 물줄기와 덧대어진 무거운 속삭임
희미하게 빛나는 끝을 향해 나는 가볍게 두 팔을 벌리고 날아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