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를 낳고 아이가 너무 어리다는 핑계로 휴직 1년 반.
둘째를 낳고 시작된 주말부부 생활 속에 직장생활 병행이 어려워
혼자 둘을 키우느라 휴직 2년 반.
첫째의 초등학교 입학으로 1년.
그리고 둘째의 초등학교 입학으로 마지막 1년.
이렇게 6년의 육아휴직이 끝나가고 있다.
결혼 전에는 육아휴직이 하고 싶어 결혼이 하고 싶었다.
정말 결혼 하고 아이를 낳으면 휴직하고 쉬는 줄 알았다.
하지만 첫째를 낳고 2년 반 정도는 통잠을 자 본 일이 없다.
휴직을 했기에 아이를 돌보고 집안 살림을 하는 것은 온전히 내 몫이었고,
매일 아프고 입원을 밥 먹듯이 하는 아이 둘을 키우며 시작한 휴직이란
때로는 일보다 더 고된 시간이기도 했다.
내 마지막 휴직은 둘째의 초등학교 입학생활 적응이 이유였다.
처음에는 한 달 정도만 도와주면 혼자 할 줄 알았다.
그리고 진짜 휴직을 누릴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엄마에 대한 소유욕이 매우 강한 둘째는
학교 끝날 시간에 데리러 와줘.
영어학원 갈 때 영어학원 문 앞까지 데려다 줘.
영어학원 끝나면 학원 앞까지 데리러 와 줘.
미술학원도, 클라이밍도....
그 와중에 놀이터 나들이를 가면 나는 또 꼼짝없이 놀이터에 앉아
아이들 간식을 챙겨주며 집 밖에서 에너지를 써야만 한다.
너무 힘든 나머지, 내가 둘째에게
"이제 엄마 좀 놓아주면 안 돼? 너 혼자 다 할 수 있는 거잖아?"라고 말했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기가 차다.
"엄마 육아휴직했잖아? 육아휴직했으면 육아를 해야지! 왜 자꾸 엄마 하고 싶은 것만 하려고 해?"
틀린 말이 1도 없다. 그래도 질 수는 없다.
"엄마도 이번이 마지막 휴직이야. 이번이 아니면 엄마가 하고 싶은 거 다시는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
"그럼 육아휴직 말고 자기 휴직을 해!"
'이 아이가 자율휴직을 알고 있었나? 소오름~~'
딸아이의 대답에 다시 한 번 놀랐다. 그리고 더이상 핑계를 댈 방법이 없어...
백기를 든 나는 다시 둘째에게 엄마 소유욕을 열심히 채워주는 중이다.
그런데, 며칠 전 학교에서 복직원과 업무분장과 관련하여 연락이 오기 시작하자
딸아이의 행동이 수상해졌다.
학교 갈 준비를 혼자서도 척척 하던 녀석이 이제는 이것마저 엄마와 함께하겠다고
눈 뜨면서부터 집을 나설 때까지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옷을 고르는 것도, 세수를 하는 것도, 로션을 바르고 양말을 신고 외투를 입고 나서는 모든 순간에
내가 옆에 있기를 원한다.
심지어 학교와 학원 숙제를 할 때에는 옆에 붙어 앉아 자신이 숙제하는 것을 지켜보라고 한다.
참다못한 내가 "엄마도 좀 쉬게 놔 줘. 너 혼자 할 수 있잖아?"라고 외치면,
아이는 장화신은 고양이 같은 눈망울과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이제 좀 있으면 엄마 휴직도 없고...앞으로는 엄마가 이런 거 못 해 주잖아...."
마지막까지 엄마를 알뜰하게 소유하려는 둘째를 두고
나는 도무지 휴직의 '휴(休)'를 누릴 여유가 없다.
복직을 하면 편도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운전하며 하루 3시간의 출퇴근 시간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내 마지막 휴직이 이렇게 막을 내리고 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