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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별나도 괜찮다

대안학교를 다닌다고 하면 유별나다고들 해요.

by 자유인

아이들이 다니는 대안학교는 교복을 입는다. G1(초1) 부터 G12(고3)까지 같은 교복을 입는다. 일주일에 두 번은 개량한복 스타일의 교복을 입는다. 신장 140 정도인 막내가 입는 교복은 내가 봐도 참 앙증맞아 보인다. 그래서인지 하굣길에 잠시 장을 보느라 마트에 들르거나 환절기 비염을 달고 사는 덕에 병원에라도 방문할 때면 애들이 다니는 학교에 대해서 묻는 분들이 종종 있다.


처음에는 낯선 사람의 질문에 당황하여 선뜻 답을 못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고정 대사를 읊듯이 답한다.

"제자국제크리스천학교이고요. 대안학교인데요. 인터내셔널 스쿨입니다."

이 답을 하고 나면, 어김없이 두 번째 질문으로 학교의 위치를 묻는 질문이 나온다. 여기에도 답이 있다.

"990번 버스를 타고 가다 보면 진못이 나오는데요. 진못 맞은편이고요. 신천동에 있어요."


보통은 이 정도 질문에 끝나지만, 더 관심을 보이는 분들은 몇몇 자신들의 생각이나 질문을 덧붙이기도 한다.

"그럼 수업을 영어로 하니? 영어 그럼 잘하겠네?"

"사립학교처럼 비싸겠네. 좋은 학교 다니는구만!"

"기독교 학교면 기독교인 사람만 갈 수 있어요?"

"학력이 인정 안된다고 하는데 그럼 대학은 어떻게 가요?"


얼마 전에는 둘째가 아파서 병원엘 갔는데 새해가 되어 1월인데도 아직 교복을 입고 있는 모습이 낯설었던지

"너네 학교는 아직도 방학을 안 했니?"라며 요상한 학교가 다 있다는 반응을 보이셨다.

그래서 아이들이 "저희는 1월 17일에 방학해요."라고 답을 했다.

그 대화를 지켜보던 간호사가 "이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대안학교라서 좀 다른가 봐요."라는 말을 받아

의사 선생님은 "대안학교? 거참 대안학교는 참 유별나게 한다니까!"라며 평소 대안학교에 대해 갖고 있었던 당신의 생각을 쏟아내셨다.


'대안학교는 유별난 학교다.' 아마도 일반 사람들이 갖고 있는 대안학교에 대한 생각인 것 같다. 좀 더 풀어서 설명하자면 '유별난 사람들이 그냥 공교육에서 받아도 될 교육을 유별나게 따져가며 보내는 학교'라는 의미에 '그래봐야 특별할 것 없는 학교'라는 냉소적인 시선의 MSG까지 곁들여서 대안학교를 바라볼 것이다.


오래전 내가 알던 대안학교는 공교육에 부적응적인 학교 밖 청소년들이 가는 학교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런 학교들도 있겠지만 요즘의 대안학교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90년대를 기점으로 한국은 남성과 여성 모두 대학이라는 고등교육을 받는 것이 일반적인 사회가 되었고 지금의 학령기 학생들의 부모세대는 90년대 이후로 대학생활을 하고, 한국 사회의 교육 전반을 모두 경험한 세대이다.


누군가는 '그래도 공교육!'이라며 공교육의 한계를 체감하지만 주어진 현실 안에서 최선을 다해 사교육을 병행하며 자녀들을 적극적으로 양육하고 있다. 대안학교를 선택한 나는 '그래도 공교육!'이라는 생각이 만들어내는 교육의 레이스에서 빠져나와 새로운 대안으로 아이들을 키우고 싶다는 열정을 갖고 있다. 넓은 길을 포기했기 때문에 자녀 교육과 양육에 대한 무거운 책임과 부담 역시 '유별나게' 체감하고 있다.


평범과 보통은 한국 사람들이 참 좋아하는 단어 같다. 타인에게 전하는 권면의 말들을 봐도 알 수 있다.

"튀지 마라."

"중간만 해라."

"평범하게 살기도 어렵다 그저 보통만 해라."


그래서 대안학교를 선택하는 부모들의 고민이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가고 있는 넓은 길을 마다하고 자녀의 특성과 자신의 세계관과 교육관을 고려하여 공유할 수 있는 교육적 가치와 비전을 보여주는 학교를 선택한다는 것은 혹자의 시선에서는 위험천만하고 두려움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선택에 책임질 수 있는 부모라면 자녀양육기의 풍파는 파도타기를 하듯 넘어갈 수 있는 일이다. 세상에 만만한 일은 어디에도 없다. 자녀교육과 양육은 부모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중요하고 예민한 이슈이다. 그러니 좀 유별나다는 핀잔 섞인 평가는 감수하기로 했다.


세상은 변했다. 모두가 같은 길로 가는 것이 주는 안정감에 안주하는 대신, 위험해 보이지만 새길을 걷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세상은 더 다양하고 풍요로워질 것이라 믿는다.


그러니, 유별나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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