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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령 박천순 Mar 28. 2022

쑥 뜯다

쑥 뜯다

능수 벚꽃 아래서 쑥을 뜯는다
머리 위로 꽃 이파리가 날아다닌다
늘어진 꽃숭어리가 흔들린다
마음이 덩달아 그네를 탄다
봄 햇살이 등을 데운다, 따끈하다
겨울을 건너오느라 굳은 등이
갈아엎은 밭고랑처럼 말랑말랑해진다
이 밭에 무얼 심을까
쑥도 심고 망초대도 심고
흐드러진 벚나무도 심어볼까

봄날 산기슭이 천국이다
쑥 봉지는 차든 말든
온몸으로 햇살 받고
온 눈으로 꽃을 보고
귓속에서 도란거리는 도랑물 소리

나도 한 점 풍경이 되어
봄바람 따라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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