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많이 들은 소문
1800년(정조 24)- 노상추 55세
5월 24일(을사) 볕이 남.
늦게 영중英仲과 함께 남별영南別營에서 활을 쏘았다. 이날 아침 선전관 정청지鄭淸之가 와서 이야기하였다. 들으니 전창빈全昌彬이 정청지에게 말하기를, “노상추盧尙樞 삭주朔州 수령 영감의 횡령 규모는 다른 사람과 달라서 삭주에서 상주尙州로 1만 금金을 실어 와서 그 이자만 사용하고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정청지가 말하기를, “이것은 틀림없이 거짓말입니다. 삭주에 1년 있으면서 1만 금을 얻기는 어려우며, 또 만약 돈을 쌓아놓고 이자를 받는다면 서울의 여관에서 지내면서 어찌 이처럼 궁핍하게 살겠습니까?”라고 하니, 전창빈이 이 이야기가 틀림없다고 했다고 한다. 이것은 모두 상집尙集 무리들이 거짓말을 꾸며 비방하는 것이므로 이제부터는 영원히 절교하는 것 외에 다른 방도가 없으니 매우 한탄스럽다.
문재인 금괴200톤 보유설은 내가 좋아하는 루머 중 하나다. 뻘한데 진지한 헛소리. 너무 좋다. 루머를 믿는다면 문재인 대통령 개인은 전 세계 금 보유 순위 21위라고 한다. 대한민국은 32위. 검색하다 보니 문재인은 당 대표에서 물러나던 2016년 당에서 퇴직선물로 금화모양 초콜렛 한 상자를 받아서 회식 중 직원들에게 뿌렸다고 한다. 문재인 본인도 좋아하는 루머인가보다.
노상추도 비슷한 루머에 휩싸였다. 삭주 부사로 갔을 때 횡령으로 1만 금(금괴는 아니고 돈인 듯 하다)을 얻어 서울로 실어왔다는 것. 1만 금으로 돈놀이까지 하여 그 이자만으로도 생활하기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말도 안 되는 루머였다. 삭주는 압록강 인근의 지역인데 워낙 북쪽이다 보니 소출이 많지 않았다. 그런 지역에서 1만 금이 나올 턱이 없었다. 실제로 많은 지방관들이 관의 비용을 자신의 생활비나 손님 접대비로 사용하는 것을 관례로 삼고 있기는 했지만 그것도 정도껏이었다.
소문을 불식시킬 가장 결정적인 단서는 노상추의 현재 생활 규모였다. 노상추는 오랜 관직생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변변한 집 한채를 서울에 장만하지도 못한 채 여관에서 지내고 있는 처지였다. 노상추 1만금 보유설을 이야깃거리로 꺼낸 사람도 노상추의 실제 처지에 대해 듣자 고개를 주억거렸다. 소문은 간단히 불식되었다.
곤궁한 현실이 슬플지, 1만금을 횡령했다는 루머가 슬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