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기승을 부리자 부쩍 국내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덕분에 국내에도 다양한 형태의 숙박시설이 갖추어진 듯하다. 한옥 숙소 뿐 아니라 구옥을 개조하여 세련된 레트로 느낌을 내는 곳도 많이 생겼고, 시설 좋은 풀빌라도 늘었다. 나도 가족여행을 가고 싶어서 근교의 여러 숙소를 살펴 보았다. 노인과 아이를 대동할 수 있으며 전염병을 피할 수 있는 곳, 그리고 수영이든 목욕이든 아무튼 물을 개별로 이용할 수 있는 곳이었으면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 서울시장을 지내신 아무개 씨 이야기처럼 물 싫어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노인은 따뜻한 물에 지지고, 아이는 수영을 해서 기운을 빼고. 얼마나 좋은 여행이란 말이냐.
조선시대에도 가족여행지로 사랑받은 곳은 목욕을 할 수 있는 곳이었다. 현대인은 겨울에 온천 여행을 떠나지만 조선 사람들은 여름에 목욕 여행을 떠났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월 말, 금난수는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처남이 현감으로 있는 봉화현 관아로 향했다. 봉화에는 약수가 나온다고 하는 초정(椒井)이 있었다, 여름에 이 약수로 목욕을 하는 것이 근처에 사는 사람들의 피서법이었다. 봉화에 도착한 다음날, 금난수는 가족들을 관아에 남겨둔 채 혼자 초정에 가서 목욕을 하였다. 금난수 이외에도 안제, 정원건, 권순, 권윤번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초정에서 목욕을 하였다.
관아에서 8월 1일 초하루 제사를 지내고, 다음날에는 향교에서 이루어지는 석전대제에 참여한 금난수는 이틀간의 제사 때문에 땀을 한 바가지 흘렸는지 저녁에 식구들을 데리고 초정으로 가서 한 차례 목욕을 했다. 저녁 목욕에도 성이 차지 않았는지 해가 뜨자마자 초정에서 다시 네 차례 목욕을 하였다. 그러는 와중에도 속속 여러 사람들이 자기 식구들을 데리고 초정에 도착했다. 초정은 초만원이었다.
금난수는 질리지도 않는지 하루에도 여러 차례 목욕을 하였고, 그러는 중에도 금난수와 함께 목욕하는 사람들은 계속 교체되었다. 목욕을 하러 봉화에 온 사람들 때문에 관아는 거의 객사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만큼 초정에서 목욕하는 것은 인기 있는 피서 방법이었다. 초정에서 열흘간 거의 매일같이 줄기차게 목욕을 한 금난수는 이제야 어느 정도 만족하였는지 8월 9일에 식구들을 데리고 집에 돌아왔다. 이제 슬슬 바람이 서늘해지고 있었다.
정축년(1577년, 선조 10)-금난수 48세
7월 29일
식구를 데리고 봉화奉化에 갔다. 가는 길에 온계에서 찰방 아재를 찾아뵙고 저녁에 봉화현 관아에 당도하였다. 초정椒井에서 목욕을 할 계획이다.
7월 30일
식구들을 관아에 남겨두고 혼자 초정에 가서 목욕을 하였다. 안여지安汝止【안제安霽의 자字이다.】도 식구들을 데리고 와서 목욕을 한지 벌써 3일이나 되었다. 정원건鄭元健 사강士强, 권순權諄 여회汝誨, 권윤변權胤卞 언사彦嗣, 권수증權守曾 사윤士胤, 권경생權慶生 중시仲時, 안담安霮 여숙汝叔이 함께 있었다. 저녁에 관아로 돌아왔다.
8월
8월 1일
관아에서 초하루 제사를 지냈다.
8월 2일
조사경 형과 함께 향교에 가서 석전釋奠에 참석하고 음복을 하였다. 헌관은 금응신琴應侁 자진子振, 금응남琴應南, 권사온權士溫, 곽안인郭安仁이고, 훈도는 권겸權謙이다. 저녁에 식구들을 데리고 초정에 돌아가 한 차례 목욕을 하였다.
8월 3일
네 차례 목욕을 하였다.
8월 4일
병사 김백영金伯榮(김부인金富仁)이 왔다. 이윤량李閏樑과 김부생金富生이 배행하여 왔다. 이수李壽 인로仁老도 식구들을 거느리고 왔다.
8월 5일
네 차례 목욕을 하였다. 안여지安汝止(안제安霽)가 식구들을 거느리고 정자강鄭子强, 권순權諄 등과 함께 모두 돌아갔다. 이민도李敏道가 보러왔다.
8월 6일
정랑 권동보權東輔와 봉화 수령이 보러왔다. 저녁에 병사 김백영이 집안 식구들을 이끌고 관아에 들렀다.
8월 8일
관아에서 시제時祭를 지내고 바로 고감高甘에서 누님을 뵙고 지나는 길에 영해 부사寧海府使 댁을 뵈었다. 저녁에 병사 김백영이 관아에 들렀다.
8월 9일
식구들을 거느리고 돌아왔다. 지나는 길에 문촌文村에서 주부 금응석琴應碩을 찾아보고 온계에 들러 생원 금사임琴士任(금보琴輔)을 만나보았다. 이보경李輔卿(이빙李憑)과 오겸중吳謙仲(오수영吳守盈)이 다 보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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