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의 시간은 왜 더 느리게 흐를까?

영화 <인터스텔라>의 중력과 시간

by 공중부양

월요병과 시간의 상대성

월요병은 시간의 상대성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준다. 많은 직장인이 월요병을 앓는 이유는 월요일이 직장인에게 더 힘든 날이어서가 아니다. 월요일이 유독 직장인에게 우울감을 주는 이유는 휴일과 월요일 간의 질적 차이 때문이다. 휴일은 개인의 선택과 자유로 하루가 채워지지만, 월요일은 회사의 요구로 하루가 채워진다. 이러한 점에서 월요일의 시간은 직장인에게 상대적으로 훨씬 느리게 체감된다.



중력과 시간의 흐름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쿠퍼 일행은 인류의 종말을 막기 위해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행성을 찾아 나선다. 그러던 와중 생존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온 밀러 행성을 탐사하게 된다. 이 행성은 지구보다 중력이 30% 강하다. 물리법칙에 따라 시간은 중력이 강할수록 느리게 흐르는데, 이 행성에서의 1시간은 지구의 7년이다. 밀러 행성을 몇시간 탐사하고 온 쿠퍼 일행이 우주선으로 돌아왔을 때, 그들을 기다리던 동료 로밀리는 23년 4개월 8일을 기다렸다고 말한다.


우리가 월요일에 체감하는 시간은 쿠퍼 일행이 체감하는 시간에 비유할 수 있고, 주말에 체감하는 시간은 우주선에서 쿠퍼 일행을 기다리던 로밀리의 시간에 비유할 수 있다. 쿠퍼 일행의 시간은 지구의 시간이 7년이나 흐를 동안 1시간밖에 흐르지 않고, 로밀리의 시간은 상대적으로 훨씬 빠르게 흘러간다.



중력은 곧 욕망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시몬 베유(Simone Weil. 1909-1943)는 자신의 저서 <중력과 은총>에서 인간의 욕망을 중력에 비유한다. 시몬 베유는 말한다. “영혼의 모든 자연적 움직임은 물질계의 중력 법칙과 유사한 법칙들에 의해 지배된다. 우리가 저급하다고 지칭하는 것은 모두 중력의 현상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욕망이라고 부르는 성욕, 식욕, 명예욕, 권력욕, 금전욕 등을 그녀는 중력에 비유했다.


물론 중력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우리가 땅에 발을 딛고 설 수 있는 것도 중력 덕분이다. 중력이 없는 공간에서 인간은 방향성을 잃고 한없이 떠다니게 된다. 그러한 중력의 긍정적 측면을 잘 보여주는 영화가 <그래비티>이다. 이 영화는 중력이 얼마나 소중하고 필요한 것인지, 중력이 없는 공간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잘 보여준다.


중력을 욕망에 비유한다면, 우리는 중력(욕망)에 의해 물건이 땅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저급하게 변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볼 수 있다. 반면, 중력(욕망)이 있어서 땅을 딛고 일어서서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사람도 보게 된다. 이처럼 중력(욕망)은 물체를 잡아당겨 땅에 떨어뜨리기도 하고, 또 우리가 발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월요일은 밀러 행성이다

다시 시간의 문제로 돌아와서 생각해보자. 우리는 휴일을 회사 밖에서 보낸다. 회사는 하나의 욕망이 구조화된 조직체이다. 회사는 이윤추구, 효율화와 같은 회사를 설립한 사람의 욕망이 가장 적극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최적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시간 구성, 자리 배치, 내규와 인사시스템은 모두 회사가 추구하는 욕망이 반영된다.


시몬 베유의 관점에서 보자면, 회사는 회사를 설립한 사람의 중력이 항상 작용한다고 말할 수 있다. 휴일에 우리는 지구에 머물다가 월요일에 다시 밀러 행성으로 간다. 회사는 밀러 행성과 같아서 회사에서의 1시간은 지구의 7년과 같다. 월요일의 시간은 휴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리게 흐른다.



중력을 이용해서 다른 차원으로

안타깝게도 회사의 중력을 벗어날 방법은 없다. 그저 중력을 견디면서, 다시 휴일을 기다리는 방법뿐이다. 하지만 <인터스텔라>에서 쿠퍼가 딸 머피에게 중력의 비밀을 전달하는 장면은 우리에게 하나의 돌파구를 제시한다.


쿠퍼는 지구를 대체할 수 있는 행성 중 하나인 애드먼즈 행성으로 브랜드 박사를 보내기 위해서 자신을 희생해서 블랙홀로 들어간다. 엄청난 중력에 빨려 들어간 쿠퍼는 5차원의 공간에 갇힌다. 이 공간은 시간이 공간처럼 나열된 곳으로 머피와 함께했던 작은 방의 모든 시간이 공존한다. 5차원의 공간에서 쿠퍼는 머피에게 인류를 구할 메시지를 전달할 방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리고 마침내 중력에 관한 비밀을 모스부호로 변환해서 자신이 머피에게 줬던 시곗바늘의 움직임으로 전달한다.


쿠퍼는 말한다.


“중력을 이용해서 메시지를 보내는 거야.”


쿠퍼는 5차원 공간에서 중력을 조절하여 머피에게 준 시곗바늘의 움직임을 제어한다. 점과 선으로 이어진 메시지를 알아듣게 된 머피는 오빠에게 달려가며 말한다.


“아빠가 돌아왔어!”


아버지와 딸이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 서로를 끌어당기는 중력이 인류를 구원하는 열쇠를 전달하게 된다. 브랜드 박사는 영화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사랑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우리가 알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에요.”



아버지와 중력

우리 아버지는 젊은 나이부터 30여 년간을 조선소에서 근무하셨다. 조선소는 위험한 산업현장이다. 도처에 두꺼운 철판이 있고, 높은 곳에서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나도 아버지가 근무하셨던 조선소에서 2달 근무했던 적이 있다. 2달을 근무하고 나서 마지막 날, 저녁을 먹고 제법 취했던 나는 아버지께 큰절을 올렸다.


아버지에 대한 불만도 많았던 20대의 나였지만, 그날은 그렇게 하고 싶었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은 지구였고, 아버지가 근무하시는 회사는 밀러 행성과 같이 중력이 사람을 끌어내리는 곳이었다. 아버지의 시간은 느리게 느리게 흘렀을 것이고, 30년이라는 아버지의 시간이 지구의 시간으로 얼마가 될지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다.


아버지는 블랙홀로 들어간 쿠퍼처럼, 우리에게 모스부호를 보내셨다. 나는 쿠퍼가 자신을 버리고 지구를 떠났다고 생각했던 머피처럼 아버지를 원망했다. 그리고 마침내 내가 아버지를 이해하게 됐을 때, 아버지가 보내온 모스부호를 읽을 수 있었다. 아버지의 하루하루가 점이 되고 선이 되어서 나에게 의미로 전달됐다.


“유레카!”


중력의 비밀은 그렇게 풀렸다. 세상에는 수많은 중력이 있지만, 사랑이라는 중력은 중력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유일한 열쇠이다. 다시 돌아온 월요일 출근을 한다. 여전히 회사의 중력이 나를 잡아당기고,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나는 이 중력을 이용해서 어떤 메시지를 누구에게 보낼 수 있을까? <인터스텔라>가 우리에게 알려준 월요병의 치유법은 사랑이다.


“아빠가 돌아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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