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는 나란 책
나는 서점으로 출근한다.
직장이 서점이 여서 그런 것도 아니고
서점에 있는 카페의 커피가 맛있어서 그런 것도 아니고
비즈니스적인 약속이 있어서도 아니다
나를 읽기 위해서
난 서점으로 출근한다.
나를 읽는다는 건 내가 나와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수없이 나와 대화했지만
책을 통해서 알게 된 것만큼 효과적인 방법은 없었던 것 같다.
여행은 새로운 환경을 통해 알지 못했던 나를 발견하는 느낌이라면
책 읽기는 깊은 곳 깨지기 쉬운 존재 그 자체인 나의 성질을 알아가는 느낌이다.
알고 있던 내가 더 선명해졌고 알아주기 바랐던 나의 내면과 대화할 수 있었다.
누군가를 알아가는 것보다 내가 나를 아는 것이 너무 재밌었다.
책 속에서 안내하는 다른 책으로 그 책에서 추천하는 영화로 꼬리를 물며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너무 짜릿했다.
그러다 보니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내 몸이 움직였고
자연스럽게 나와 약속을 하며
소소한 규칙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본업이 없을 땐 서점에 가자
본업이 있어도 서점에 가자
서점에 못 가더라도 책을 읽자
책의 좋은 구절을 다이어리에 적자
덕분에 서점에 가는 내 발걸음이 가벼워 진만큼
준비물은 많아졌다.
텀블러, 아이패드, 다이어리, 충전기..
나와 대화하고 싶어지면 언제든지 대화할 수 있는 서점은
나에게 천국이었고, 온전한 나만의 아지트였다.
책을 통해 브런치라는 플랫폼도 알게 되었고
내 생각들을 나만의 방식으로 기록하고 싶다는 목표도 생겼다.
작가 신청을 하고 매일매일 글을 쓰자라는 나의 규칙이 추가되었다.
나는 한 장소에 계속 있지만 내 눈은 책 속을 여행했고
내 머릿속은 나만의 세계를 그리느라 분주했다.
내 심장은 힘차게 뛰었고 내 손은 나를 적어가고 있다.
오늘도 서점으로 출근을 했다.
텀블러에 커피를 담고 좋아하는 책을 골라와서
언제든지 생각을 기록할 수 있게 아이패드를 한쪽에 두고
다이어리를 꺼내 좋을 구절을 적을 준비를 하는 이 시간이
서점을 통해 알게 된 내가 정말 좋아하게 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