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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소현 Jun 14. 2021

월요일이 무섭다

월요일이 돌아왔다.

월요일이 무섭다.


한주가 시작되는 날

나는 시작할 게 없다.


토요일, 일요일은 남들도 쉬는 주말이니까

맨날 쉬는 나도 괜히 주말이라는 단어의 힘을 빌려

애써 스며들어본다.


그러나 월요일이 되면 차이는 극명하다.

프리랜서에게 월요일이란,

말이 좋아 프리랜서지

어디서도 선택받지 못한 백수

백수에게 월요일이란,

나를 찾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열심히 살지 않았다고 하기엔

"배우란, 작품이 없는 기간에도 다양한 창작활동을

하며 계속 관찰하고 배워야 한다" 

라는 선배의 말처럼

주어진 기회에는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주어진 시간에는 다각으로 관찰하고 배우며 지낸다.


다만 기다리는 직업, 선택받아야 하는 직업이기에

내가 모르는 세상 속 기다림이 너무나 가혹하다.


어디선가는 나의 비대면 오디션 영상이

조감독을 거쳐 감독님께 보여져서

"이 친구 미팅 한번 하지?" 하며 감독님 미팅까지

생명연장의 기회를 얻고 있는 중일 지도 모르고,

이미지, 캐릭터가 맞지 않아

용량을 차지하는 영상으로 치부되어

이 세상에서 깔끔하게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또 어디서는 내가 찍었던 작품을 우연히

누구라도 보고 있을지도 모르고

작년에 찍은 독립영화감독님은 한창 편집 중이라

내 얼굴을 하도 봐서 나와 계속

작업을 하는 중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일은 없지만

주어졌던 일들에 최선을 다했으니

전 세계 인구 중 단 1명이라도

나를 기억해주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희망사항일지 희망고문 일지 모르지만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월요일을 느끼는 내 감정을 글로 정리하니

조금 전까지 불안하고 멍한 기분이

글을 쓰는 지금 조금은 차분해지고

몸에 피가 도는 기분이다.

(우울해질 기미가 보이면 책을 읽던가, 감정을 글로 기록하는 것이 나만의 치유 방법이다)


같은 월요일을 살아가는 입장에서

불안과 고독함을 온전히 느끼며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관찰하며

나만의 것을 창조하는 시간으로 버틸 테니


이 세상 어디선가 프로필로, 영상으로

나를 보고 있다면 기억해 주길 바란다.

당신들의 작품에 함께 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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