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평가할 수 있어
그래요 난 예쁘지 않아요
그걸 어려서부터 해 왔던 직업을 통해서
너무나도 잘 알게 되었어요
예쁜 사람도 잘난 사람도 너무 많은 이곳에서
나는 너무나도 평범하고 예쁘지 않다는 걸
잘 알았어요.
그런데
그 사실을 남들을 통해 알게 되어서 슬펐어요
나의 자아가 정착되고 새롭게 형성되는
청소년 시기부터 들었던 말들과 글이
점점 내가 되었어요
(생략)
어느 순간 나는 내 얼굴을 보기 어려웠어요
내가 아는 내가 아닐까 봐
내가 생각한 나로 못 살까 봐
내가 나를 잘못 생각했을까 봐
내가 아닌 타인의 눈으로 나를 볼까 봐..
자연스럽게 내가 나를 알아보기보다
남들이 날 알아주길 바랐어요
그게 나인 줄 알았어요
2017년 9월에 나의 핸드폰 메모장에 적힌 글 중 일부이다.
내가 남들을 평가하지 않는 이유이다.
누군가 나의 말로 인해서 나와 같은 생각을 할까 봐
좌절하고 혼란스러워해서 본인을 잃어갈까 봐
그런데 나는 오늘도 평가를 받았다
말을 할 때 좀 웅얼거리네?
이거 다시 해봐, 이건 이렇게 했어야지
좋은 조언이다.
그 말 대로 했으면 더 좋을 것이다.
그런데 뭘까..
나를 자책하는 이 마음은..
그 자리를 벗어난 순간부터
불쑥불쑥 찾아오는 그 기억의 선물은
자괴감이다.
이 말을 듣기 불과 몇 시간 전엔
생각보다 기본기가 좋네
오 잘하는데?
좋은 평가였다.
난 뭘까..
자존감이 낮은 인간일까 자존심이 센 인간일까..
부족한 게 많은 인간임을 인정한다.
그렇기에 경험하며 배우는 사람이다.
나쁜 기억을 좋은 기억으로 덮는 방법도 경험으로 배웠다.
다만 내 성격상 나쁜 기억 하나를 덮으려면
시간의 흐름 + 좋은 기억 10가지는 있어야 하는 사람이지만..
오늘도 노력한다.
좋은 기억으로 오늘의 상처를 덮어주기 위해
평가를 배움으로 느끼기 위해
나는 사람을 평가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도 당신을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이다.
자격이 없어서, 당신보다 부족해서 막연히 평가만 받아야 하는 사람은 아니다.
나도 평가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