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은 게으른 다짐
1. SNS를 안하려 결심해봤다. 그리고 그냥 스마트폰의 앱을 다 지웠다. 그러다 문득 마케팅을 봐드리는 대표님이나 퍼스널 브랜딩, 안부 전해오는 지인 등이 훌륭한 합리화가 되어 바로 재설치를 했다. 불가능한 일은 아닐텐데 난 왜 보따리 뺏긴 사람마냥 황급히 그걸 되살렸을까?
2. 과식하지 말아야지 했다. 작년에 비해 살도 몇키로나 불어났고 이러다간 매년 인생 최고의 돼지가 될 것 같았다. 오늘은 송별회를 겸한 회식이 있는 날. 이 숨막히는 어색함을 떨치고자 한 입이 두 입이 되고, 두 입이 세 입이 되었다. 여차저차 회식은 끝나서 기쁜데, 이 더부룩한 속을 어찌할꼬. 과식하지 말아야지.
3. 사람 대하는 일을 오래했고, 나름 타인의 마음을 읽는 일에 자신이 붙다보면 꼭 실수하더라. 결국 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고 '미안하다'는 말을 대여섯번은 한 것 같다. 나이 먹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일지도 모르나, 그건 나 자신에 대한 채찍질이었다. 자만하지 말아야지. 끝까지 조심하고 배려했어야지.
4. 예전에는 곧잘 일기도 쓰곤 했다. 펜으로 적는 것보다 키보드로 글을 적는 건 훨씬 수월한 일이다. 손으로 적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생각의 속도를 못따라가는 필기 속도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일상을 기록하고 그것이 쌓여가면 새로운 힘이 되고 길이 될텐데 이걸 이리도 못할까. 매일 글을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