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기르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대학시절은 누가 뭐라든 상관없이 막 살던 시기라서 덜했는데, 직장인이 된 지금은 업무 관련 미팅 자리에서 자기 검열을 하게 된다. 물론 겉으로는 태연하게 잘하고 있다. 동남아를 연상하게 된 기후변화도 한 몫한다. 어릴 적부터 더위를 많이 탔는데 거기에 머리까지 기르고 있으니 말이다.
"어? 머리가? 예술가처럼 변하셨네요.(웃음)"
"하하, 자유롭게 살아보려구요."
"잘하셨어요. 저는 그렇게 못했어요. 우린 왜 그렇게 자기를 구속하며 살았는지 몰라."
오랜만에 만난 지인의 말에 힘을 얻는다. 어쩌면 평생의 마지막 장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지금 몇개월 잘 길렀으니 실컷 길러보리라. 남자 장발을 검색하다 우연히 들은 유튜버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여러분, 머리 어떻게 기르냐고 많이 물어보시는데요. 장발은 인내입니다. 한 2년 정도 꾸욱 참으면 얻을 수 있는 달콤한 퀘스트 보상 같은 거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