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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코리아, 사람인과 다시 만나다.

by 진심의 온도


여행이 끝난 뒤, 계획했던 대로 다시 취업 사이트를 뒤적이고 있었다.


처음 퇴사할 때는 절대 다시 취업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불혹을 한 달 앞둔 지금은 실낯같은 불안이 마음속에 스며든다.


남편이 야근 부서로 옮기면서

주중과 주말에 아이를 돌보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다.


아이 선생님과 이야기하다 보면, 언어 표현이 또래보다 느리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래서 요즘의 나는 퇴사자보다는 아이의 발표 연습 트레이너이자 학습지 선생님이다.


하루의 절반을 아이와 함께 공부하며, 한 단어 한 문장을 꺼내주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다시 재취업을 준비하면서도,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을 생각하면
돈이 적더라도 ‘저녁이 있는 삶’을 택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일자리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이번 주 내내 새벽까지 잡코리아를 뒤적이며,
지금도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지만—
이럴 때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나 보다’라는 생각이 든다.


남편에게 이야기하니,
“없으면 어쩔 수 없지. 보너스도 곧 나오니까, 조금 더 찾아봐.”
그렇게 말은 하지만, 표정은 내심 불안해 보였다.


학원, 강사, 직업상담, 분양상담 같은 일들을 놓고

이리저리 재고 따져봐도 지금 내 상황에 꼭 맞는 자리는 잘 보이지 않는다.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천천히 찾아봐야겠지만,
남편은 또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 눈치다.



이러다 보니 머릿속이 복잡하지만,

아직은 한 달의 여유가 있다.


그 안에서 내가 진짜 원하는 일을 찾아야겠지.


요즘은 취업도, 이직도 쉽지 않은 세상이라 막막하기도 하고,
아이와의 시간을 지키며 맞벌이를 이어간다는 게 버겁게 느껴진다.


그래도 문득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프리랜서, 강사, 외주 일로 이 공백을 메울 수 있을까?


그러다 처음 브런치에 퇴사 글을 올리던 날의 나를 떠올려 본다.


아직 4년 넘게 꾸준히 모은 ETF와 비트코인이 남아 있고,
남편의 보너스도, 두 달 남은 실업급여도 있다.

그래서 다시 생각해본다.

굳이 서두르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내가 원했던 주도적이고 자율적인 삶을 조금씩 이어가도 괜찮지 않을까.


요즘은 애드포스트를 진행 중이고,
외주 일거리도 아직 시도해보지 못했다.


조금 느리더라도 내가 선택한 삶으로
하루하루 마침표를 찍고 싶다.


닥치면 어떻게든 하게 되니까,
사서 걱정하는 나에게 오늘만큼은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괜찮아. 잘하고 있어.”


불안과 걱정이 밀려올 때마다
그 말을 되뇌며,
조금 더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걸어가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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