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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여정 중, 떠나는 베트남 여행

by 진심의 온도


얼마 남지 않은 백수 기간.
회사에 다닐 때 갔던 베트남 여행이, 올해의 마지막일 줄 알았다.


여름휴가도 가지 못하고, 그저 집에서 방콕만 하던 어느 날—
남편에게 “청주라도 다녀오자”라고 이야기했지만,
그마저도 흐지부지 흩어졌다.


그러던 8월 중순,
남편이 갑자기 말했다.
“10월 중순부터 베트남 항공권이 제일 싸대. 일정 한번 봐봐.”


비수기였던 덕분에
항공권과 호텔을 모두 포함해 3박 5일, 90만 원대에 예약할 수 있었다.
요즘은 너무 흔해져버린 다낭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그곳을 향해 가기로 했다.




지금 나는 백수이지만,
시간만큼은 여유롭다.
돈은 부족했지만 대신 일정의 자유가 있었다.
회사 눈치 보지 않고 떠나는 여행,
그 사실만으로도 마음 한켠이 가벼웠다.



다음 주 출국을 앞두고,
남편과 여행 일정을 조율하며 e-sim도 예약했다.
한시장, 롯데마트, 쇼핑 목록을 유튜브로 찾아보며
메모장에 하나하나 적어 내려갔다.




남편은 야근이 이어지는 나날 속에서
이번 여행을 유일한 쉼표처럼 기다리고 있다.
나는 퇴사 여정의 한가운데에서,
그만큼의 설렘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 가족만의 첫 해외여행’이라는 사실이 새롭게 다가왔다.



이 여행이 끝나면
나는 다시 일상의 자리로 돌아가,

새로운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블로그와 브런치에서 글을 쓰며
조금씩 자라온 나를 믿는다.


조급하지 않게,
나의 속도로,
나에게 맞는 일을 찾아갈 것이다.


베트남의 따뜻한 바람 속에서
가족의 웃음과 소중한 순간들을 담고 오리라.
멈춰 있는 시간처럼 고요한 그곳에서
다시 나의 다음 여정을 위한 에너지를 채워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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