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정비사면 어떤 뱅기도 다 고칠 수 있지 않아요?
신입사원 시절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들
비행기는 3명의 사인이 있어야 한다.
첫째, OFP에 들어가는 운항관리사의 사인, Flight Log에 들어가는 기장의 사인, 그리고 Maintenance Log에 들어가는 정비사의 사인. 정비사가 항공기의 감항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비행기는 뜰 수 없다.
자동차와는 다르게, 한편 조종사와 마찬가지로 정비사도 기종 한정자격 (Type Rating)을 보유해야만 해당 기종을 정비할 수 있다.
해외지점의 경우 일반적인 정비사라면 누구나 쉽게 손볼 수 있는 부분은 즉시 처리하기도 하지만, 결국 항공편이 출발을 하기 위해서는 해당 기종 한정자격 보유 정비사의 사인이 있어야 나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유자격자의 업무수행은 필수적이다.
따라서, 만약 해외에서 항공기 결함으로 목적지 공항이 아닌 도시에 긴급 회항을 한 경우, 한국에서 긴급하게 해당 기종의 자격 보유 정비사를 부품과 함께 급파하여 수리를 진행해야 한다.
참고로, 해외에서는 부품 수급이 인천국제공항에서처럼 원활히 되지 않기 때문에 같은 기종을 운항하고 있는 옆 항공사에 요청하여 긴급히 빌려서 정비를 진행하기도 하며 제작사 문의 등을 거쳐 항공기 감항성을 확보한 이후에나 운항이 가능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정비가 완료되지 못할 것이라 예상된다면 체객 수송을 위하여 긴급히 보항편(Rescue Flight)을 현지에 보내기도 한다.
예를 들어, A380 항공기가 JFK 공항에서 결함이 발생하여 수리에 장시간이 소요되면, 타 항공사로 승객을 Endorse 하기도 하지만 최종 체객을 위하여 B777 항공기 2대를 보항편으로 편성하여 보내기도 한다. 그만큼 여력기와 승무원 확보도 중요한 사안일 수 밖에 없다.
정비 상황으로 해외에서 장시간 지연 시에는 어쩔 수 없는 경우도 많으니 다소 힘들더라도 나에게 주어진 여행의 시간이 좀 더 늘었구나 하고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 주길 바란다.
가끔 해외 공항에서 항공기 장시간 지연으로 한국 승객들의 집단 농성이 발생했다는 기사를 보면, 그분들의 사정은 충분히 이해는 되지만 항공사 직원의 입장에서는 다소 느긋할 순 없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