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업계의 대기업/중견기업에서 학력이 중요하지 않게 되는 이유
오늘은 부산에서 올라와서 수도권에서 살아가며 느꼈던 경험과 감정들에 대해 몇가지 써보려고 한다.
공부 좀 했다고 하는 흔한 지방대생 이야기이지만, 학창시절 공부를 특출나게 잘하지는 않았도 나름대로 괜찮은 성적이 나왔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강한 반대로 최상위 대학인 서울대를 제외하고는 서울권 대학에 진학은 포기해야했다. 아버지의 반대 이유는 경제적 이유가 가장 컸다. 사실 이 부분은 여전히 나의 결핍으로 남아져있고, 가끔 원망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겠다. 남들 다 가고 싶어도 못간다는 대학교를 나는 일찌감치 포기해야했으니까... 객관적으로 서울대를 갈 정도로 내가 특출하게 머리가 좋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남들의 몇배씩 공부를 해서 그걸 극복하면서까지 서울대를 갈 자신도 없었기에 고등학교 때는 적당히 성적유지만 하며, 부산에서 그래도 가장 좋은 학교에, 가장 입학결과가 높은 공대에 입학했다.
학창시절의 결핍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괜한 나의 승부욕과 오기였을까 언젠가 서울에서 나보다 더 좋은 학벌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그리고, 그런 기회가 생겨 나는 서울의 본사를 두고 있는 나름대로 이름있는 기업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확실히, 수도권에서 근무를 하다보니 고학력자의 직장인들은 쉽게 볼 수 있었다. SKY 출신은 차고 넘쳤고, 꽤 유명한 미국 대학교의 유학파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가끔은 저정도 대학 나와서 왜 여기서 일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처음에는 이런 고학력자들의 퍼포먼스는 어느정도 일지 내심 기대했었다. 그런데, 근무를 하다보니 금방 깨달았다. 조직의 문화는 학력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고, 결국 한사람의 능력은 조직의 평균 생산성과 일치해간다는 것을. 처음에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도 그 조직에 계속 남아 있다보면 결국 그 사람의 능력은 조직의 평균 능력과 대부분 비슷해진다. 이런 과정이 싫은 사람은 1~2년 내에 자기와 수준이 안맞는 회사라고 생각하고 이미 퇴사를 한다.
결론적으로, 평균 근속연수가 긴 전통 산업의 중견기업 이상에서의 조직은 개개인의 학력이나 능력은 중요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저 회사의 시스템 속에서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할 수 있을 정도로의 성실함과 충성심 그리고 상식적인 선에서의 지식이 더 중요하다.
물론, 산업의 형태와 회사의 조직 문화에 따라 학벌이 끼치는 영향은 클 것이다. 예를들어 완벽한 성과주의 조직문화를 갖고 있는 회사이거나 한사람의 역량이 회사의 성장을 좌우할 수 있는 정도의 규모 회사에서는 똑똑한 사람이 큰 보상을 받고 살아남을 수 있는 형태라고 생각한다. 가끔은 이런 조직에서 정말 유능한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결론적으로는, 회사에서의 성과는 개인의 역량이나 스마트함보다 그 조직의 문화가 더 지배적이라 생각한다. 결국, 그 회사에 남아있는 인재는 그 회사의 문화가 자기와 맞다고 생각한 사람들일 것이다.
가끔씩 이런 꿈을 꾼다. 교과서에서만 있을 법한 개인의 성장이 회사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구조의 조직을 만들고, 정말로 그 개인들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조직을 만들고 싶다. 학벌과 관계없이 자신이 성장하고 싶다면 그 성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응원해주며 같이 커 갈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 달리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충분히 달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고, 천천히 걸어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 역시도 서로 존중해줄 수 있는 조직문화를 가진, 편견과 차별없이 서로가 서로의 가치관을 존중해주고 조직원의 다양성이 화합되어 건강한 회사로 발전되어 나가는 것. 내가 꿈꾸고 만들고 싶은 회사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