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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문정 Aug 12. 2023

브런치와 글의 바다 2

<브런치와 글의 바다 1>에 이어서 글을 씁니다.



글과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왜 갑자기 주제가 바뀌었느냐고 물으실 분이 계실까 봐 먼저 대답해 드립니다. 같은 주제입니다. 왜 이런 말씀을 장황하게 드렸는가 하면 참으로 이상한 현상이 있기 때문입니다.


신기하게도

순수문학은 사라지고 있는데 여기저기서 글을 쓰는 작가가 되겠다고 아우성이고, 출판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조차 예전과 달리 그저 인기와 매출에 초점을 맞춰 돈 되는 글, 대부분 상업적인 에만 매몰되어 있습니다.


혹자는 웹툰이나 만화 그리고 영상으로 현대인들 눈과 귀가 자유로워진 요즘에 순수문학을 외치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라 할 수도 있겠으나 제게는 지금의 현상이 무척 심각하고 우려스러운 것으로 보입니다.  


순수문학이, 문학의 다양한 장르가,  글이, 문장이, 빛바래고 시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기저기서 수많은 글과 작가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누구나 직업 옆에 액세서리처럼 '작가'라는 호칭으로 불리고 싶은 세상이라 그럴까요? 정말 기이한 현상이 일고 있는 것에 그저 침묵하려 했지만 '이건 아니지!'라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습니다.


우연히  어느 신문사 기자님이 신문에 연재하는 글이 있어 몇 줄 읽다가 '이건 뭐지? 어디선가 본 듯한......  프랑스어로는 '데자 뷔 (déjà vu)'라 하나요? 그렇습니다. 이 책, 저 책 내용을 범벅하고 섞어서 쓴 것까지는 이해하겠는데 마치 자신이 모든 것을 알고 쓴 글인양 연재하며 구독자 수를 과시하는 것을 보고 그저 놀랄 뿐이었지요. '세상이 정말 왜 이러나?' 싶어서요. 신문기자님조차도 육하원칙 기사 작성은 외면하고 '작가님'으로 불리기를 원하는 것일까요?


 통상 남의 책을 보고 쓴 글이라면 참고문헌이나 인용문구 하나 정도는 표시해야 하는 것이 글 세상에서의 원칙이고 도리 아닐까요? 글쓰기에도 분명히 기본 규칙과 윤리, 그리고 글 쓰는 매너가 있는데 말이지요.


하긴 어느 유명 작가도 다른 작가의 책 중에 괜찮은 글귀를 써놓는 습관이 있었는데 하도 많이 인용하다 보니 그 문장을 자신이 쓴 거라 생각했다고 말해서 독자들을 실망시키고 씁쓸한 뒷맛을 느끼게 했었지요. 


그렇기에 글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것입니다. 주목받고 싶고 멋진 글은 쓰고 싶은데 소재는 빈약하고 문장력도 부족하니 그런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그것은 작가라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위임에도 의외로 그런 경우가 많아서 가슴팍이 답답해지는 것입니다.


우리는 글과 작품의 홍수시대에 살고 있지만 과연 정교하게 짜인 그물에 걸려 보존되고, 먼 훗날까지 기억될 글은. 문장은, 작품은 몇이나 될지 궁금합니다.


출판사 관계자분들도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출판된 책을 잘 판매해서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지만 온통 자기 계발서, 신변잡기를 풀어내는 수필집, 비유나 은유. 도치법 등은 전혀 없이 그저 행만 바꾼 것들도 '시'라 부르며 출간하는 건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며칠 전 브런치 스토리에도 '응원하기'가 등장했습니다. 전업작가뿐만 아니라 직업과 글쓰기를 병행하는 작가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일 것입니다. 열심히 써서 수익 창출을 해야겠지요!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될 테니까요!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이 방식에도 문제점이 보입니다. 제가 잘 못 이해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브런치 에디터님들이 선정한 작가들에게 제한적으로 '응원하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맞는지요? 그렇다고 한다면 거기엔 약간의 모순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선정된 작가님들 중에는 좋은 소재와 주제로 꾸준하게 좋은 글을 써서 칭찬해주고 싶은 분들도 계시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으니까요.


브런치 스토리의 캐치 프레이즈가 무엇입니까? 문학을 전공하지 않아도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출간작가가 아니더라도 '브런치 스토리' 문턱을 넘는 순간부터 '브런치 작가'라는 자격으로 적어도 이 공간 안에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쓰는 것 아니었는지요? 그렇다면 '지원받는 대상의 문'도 누구나에게 열려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저 같은 경우는 몇 개월 글을 올리다 1년 반 쉬었고, 최근에 몇몇 단상을 올리고 있습니다. 구독과 라이킷에 대해서도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저를 먼저 구독하시는 분을 구독하고, 라이킷 해 주시는 분에 한해서 라이킷을 하는 지극히 소극적 방식으로 하고 있어서 발표한 글도 적고, 구독자도 많지 않지만 구독해 주시고 라이킷 해 주시는 작가님들과 이런 공간을 만들어주신 브런치 에디터님들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왜냐면 내가 쓰고 싶을 때 글을 쓰고, 발행할 수 있고, 인터넷으로 볼 수도 있으니 구독자가 늘지 않아도 라이킷이 적어도 전혀 개의치 않고 지냈던 것이지요. 사실 다른 분들 글도 많이 읽고 구독과 라이킷도 적극적으로 하는 만큼 성과를 내는 것인데 저는 그런 것에 신경을 쓰지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라 생각했지요.


어찌 되었던 품앗이를 해 주건 그들만의 카르텔을 형성하는 것이건 간에 서로 라이킷 해주며, 구독도 하면서 재미와 보람 혹은 자아실현이랄까 자아도치의 경지에까지 이르는 분들도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행복한 일이지요!



 

며칠 전에 새롭게 등장한 '응원하기' 시스템에 대해 몇몇 작가님들이 쓰신 글을 보다 보니 공감하는 부분이 있어서 <브런치와 글의 바다 2>로 이어 쓰게 되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문장력만 있으면 누구나에게나 글 쓸 기회를 주는 공간이 브런치 스토리인데요. 적어도 브런치 스토리 세상에 있는 작가들에게는 동등한 기회가 주어져야 된다는 것이 그분들의 의견이었지요.


'응원하기'는 물질적인 것과 연결되기에 상당히 민감한 내용인데 한정적으로 브런치가 선정한 작가에게만 할 수 있다는 건 확실히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이 아닐까요? 애초에 브런치가 전문 작가들 모임이었는지요? 브런치는 전업작가들이 경쟁하는 프로의 세계, 공식적으로 시인, 소설가, 수필가라는 직함을 가진 작가들만의 공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글 쓰는 것조차 차별화시키고 계단을 만드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임의대로 각 분야에 '크리에이터'라고 분류해 놓고 연둣빛으로 강조해 놓은 작가님들 중에는 정말 그분들의 글과 주제에 잘 어울리는 타이틀을 받은 경우도 있지만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오류가 많을 경우는 브런치 에디터님들 공신력에도 틈이 노출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차피 저는 제가 쓰고 싶은 대로 쓰고, 구독자가 백 명을 넘지 않아도 지금 상태에서 글을 쓰는 것이 좋기에 제 마음 가는 대로 20여 년 전에 써 놓은 시도 올리고, 미셀러니를 쓰기도 하고, 에세이를 쓰면서 이 공간을 이용하고 있으므로 브런치에 보답하는 길은 '정도'를 걸으면서 좋은 글을 쓰는 거라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은 글을 쓸까? 곰곰이 생각해서 얻은 결론은 새 그물을 만들기로 한 것입니다.

한코 한코 잘 이어서 짱짱하고 단단한 그물부터 짜기로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 글은 다 거르지 못하더라도 출판사들 출간물을 다 걸러내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제 글만은, 제가 쓰는 글만이라도 거르고 또 걸러서 글 다운 글, 바깥세상 종이책으로 출간해도 손색없는 훌륭한 글, 작품으로서 가치 있고 품격 있는 글을 쓰기로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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