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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리 Aug 21. 2024

<모자를 쓴 여인>

우리도 모르는 우리의 모습들

주인공 라일리의 머릿속에서 나타나는 이야기인 인사이드 아웃이 정말 유명했었고, 영화관에서 2가 나오자마자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고 들었다. 나 또한 가족과 영화관에 가서 인사이드 아웃2를 보고 왔는데 영화 자체는 정말 재미있었다. 난 사춘기의 감정이 잘 표현되는 점에서 인사이드 아웃1보다 더 재미있게 봤었던 것 같다. 좋은 장면들도 정말 많았는데 거기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인사이드 아웃2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라일리의 자아, 가치관이 뒤죽박죽인 기억을 만나면서 여러 개가 되는 장면이었다.

출처: 르 시엘 블로그




<모자를 쓴 여인>은 1905년에 앙리 마티스가 만들어낸 작품이다. 야수주의로 분류되는 이 그림은 당시에는 정말로 논란이 되었던 작품인데 먼저 이 작품이 초상화라는 것에 집중해보면, 사람답지 않은 화려한 색채가 눈에 가장 먼저 보인다. 다양한 색들이 여자의 몸에 덕지덕지 있는 것처럼 붙어 있다. 거친 형태도 이 여인의  특징이다. 시원시원한 굵은 선도 눈에 언뜻 보이기도 한다. 마티스는 1905년 당시 사용했던 명암, 색채들을 전부 버리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여인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 작품은 평론가들이나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야수 같다며 비난했고 이는 곧 색채를 강력하게 추구한 야수주의가 된다. 




인사이드 아웃2에서 가장 인상깊게 봤던 장면이 라일리의 자아가 여러 개가 되는 장면인 이유는 영화에서도, 이 작품에서도 잘 찾아볼 수 있는 이유였다. 영화 초반에 라일리의 자아는 하나였다. '난 좋은 사람이야.' 라는 자아는 강렬하지만 오로지 하나의 색이었다. 여러 개의 색이 공존할 겨를도 없었던 것은 작중 기쁨이가 안 좋은 기억들을 모두 쓰레기 창고로 보냈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 작품도 어쩌면 똑같았을 수도 있다. 만약 마티스가 여자의 색깔을 파란색으로, 오로지 파란색만 정했다면 그녀는 주목받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녀가 주목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많은 색깔이었다. 다채로운 색깔이 작품들과의 차별성을 만들었고 그 작품은 주목받았다. 인사이드 아웃2도, 현실도 마찬가지다. 인사이드 아웃2는 모자를 쓴 여인처럼 자신의 모든 모습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불안한 나도, 기쁜 나도, 슬픈 나도, 질투하는 나도, 모든 게 결국 자신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자신의 모습, 딱 하나만 정해놓고 거기에 모든 것을 맞추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나의 색깔만 정하고 그것을 동경하면서 그것과 똑같이 되려고 한다.


어쩌면 그들과 차별성을 두고, 더 주목받고, 더 멋있어 보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자신을 인정함으로 나오는 자신감일 수도 있다. 모자를 쓴 여인은 사실 많은 색깔이 붙어있으면서도 자신감 있게 서 있다. 우아하게, 자신이 아름답다는 것을 충분히 인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나오는 우아함이 더 아름답고 더 멋있어 보였다.


자신을 인정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더 좋은 선물을 주기도 한다. 당시 모자를 쓴 여인이라는 작품이 발표된 이후로 많은 화가들이 그의 독창성을 보고 영감을 받고, 그림을 그리게 되어 결국 새로운 화풍인 야수주의가 나타난 것이었다. 어쩌면 우리도 같을지 모른다. 누군가의 모습을 완벽히 따라하려고 하는 사람들, 자신만의 뚜렷한 생각이 없어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 자신을 인정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정말 좋은 효과를 받는데 그 사람을 보고 영감을 받고, 활동을 하게 되어서 결국 나 자신을 인정하고 자신의 다양한 모습들을 존중하는 사람들이 세상에 더 늘어날 지도 모른다.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아마 한 번에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모습을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머릿속에 조금이라도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사이드 아웃2에서 라일리가 자신의 모든 모습을 존중하게 되자 라일리의 세계는 매우 평화로워진다. 친구들과도 화해하고 학교 선배들과도 여전히 친하고, 라일리가 잘 해결되는 그 문제들에 집착했던 이유는 어쩌면 자신들의 모습이 제대로 잘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 문제들이 날아왔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 문제들은 그저 늘 오는 고난 같은 문제다. 그런 고난들을 잘 대처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빛을 주기 위해, 무엇보다 오로지 너를 인정해야 하기 때문에. 굳이 빠를 필요는 없어도 너 자신을 인정하는 법을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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