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야, 제발 꿈에서 깨어나지 마

feat. Euphoria by BTS

by 하늘아래



가슴이 두근거리며 잠에서 깨어난다.


이 느낌은 내가 잘 알고 있는 익숙한 것이라 가만히 누워 지나가길 기다렸다.


불안이다.


설렘과 기대감 속에 충만하게 두근거리던 내 심장은 원래 자리로 되돌아가려고 한다.


얘기해 주지 않아도 내 몸과 마음이 이미 다 알고 있다는 것에 새삼 놀란다.


며칠 전부터 이유 없이 울컥 눈물이 나는 적이 많았다.


운전을 하면서,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나는 북받쳐 울었다.


머리는 아직 이해하지 못한 채.


머리의 이해는 항상 몸 다음으로 마음을 가장 늦게 쫓아온다.


그리고 오늘에서야 나는 그 북받침이 무슨 의미인지 알았다.


꿈에서 깨어나려는 중이라는 것을.


늘 꿈속에 머물고 싶어 하는 내 마음은 그 불안함을 흐느낌으로 북받침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것을.


그런데 뒤늦은 머리가 이제는 마음의 편이 되어 속삭인다.


'제발 꿈에서 깨어나지 마.'






어릴 때부터 비가 그치고 나면 해가 쨍하게 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비가 올 때가 내 세상이었다.


그래서 비가 그친 후 밝은 햇살이 쏟아지면 묘하게 아쉽고 슬펐다.


사람들은 비의 흔적을 쓸어버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나는 대신 뒷산으로 나있던 창문을 열어 비가 지난 흔적을 좇았다.


산은 비가 그치고도 한참 동안 빗소리를 냈고, 젖은 나무와 흙은 여전히 짙게 물들어 자기의 향을 뿜어내고 있었다.


일장춘몽.


내게 지난 60일이 마치 꿈같은 시간이었다.


끝날 것 같지 않던 길고 긴 장마였다.


엊그제 책상에 깔 패드를 찾다가 베란다에 둔 짐 상자를 들춰보았더랬다.


그때까지는 몰랐다. 그게 다음 날 갑자기 나를 울게 할지.


상자 안에는 현실이 들어있었다.


압정과 스티커와 사무용품들, 그러니까 이 세상의 물건들이.



보이지 않는 것을 굳건히 믿기 위해서는 자주 그것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세상은 대부분 보이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고, 우리는 육신에 갇힌 몸이라 그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걸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그것은 마치 9와 4분의 3 승강장 같은 것이다.


분명히 믿는 사람만이 단단한 벽 뒤 보이지 않는 세계로 세차게 돌진할 용기를 가질 수 있다.


그것은 사막 한가운데서 저 멀리 바다의 파도 소리를 듣는 것.


그런데 늘 의심하던 내 머리가 닫힌 상자의 뚜껑을 살며시 열며 말해준다.


제발 꿈에서 깨어나지 말라고, 부디 그 손을 놓지 말라고.


꿈에서 깨지 말고,


그 꿈을 이어나가라고.


자기도 함께 가겠다고.





이 글을 쓰고 난 후 나는 여덟 번의 도전 끝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어떻게 나는 그럴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원치 않는 삶을 어쩌면 그렇게 열심히 살았는지 말이다.

그러면서 원하는 삶을 살아볼 용기는 한 번도 내지 않았는지 말이다.

그리고 어쩜 그리 미련하게도 삶을 그토록 이분법적으로 보았던 것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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