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키는 일

by 하늘아래


최근 몇 가지 사건들로 인해 나에 대해 한 가지 정리된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나는 나를 지키는데 힘을 많이 쓰지 않는다'라는 점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종종 타인을 위한 행동에 나서는 것과 비교해 봤을 때 나 자신의 불이익이나 공격 등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누군가 이 점에 대해 의문을 품는 것을 보고 그제야 나도 그 이유를 찬찬히 짚어보았다.




먼저, 나를 지킨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일단 나는 내게 가장 치명적인 해를 끼칠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이라는 것을 안다.


그렇기에 나 자신이 나를 버리지 않는 한 나는 언제나 지켜진다고 본다.


가장 위험한 도발은 내게 자기혐오를 심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적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기에 이기기 쉽지 않은 싸움이 된다.


나는 주로 외부의 적이 아니라 나 자신과 싸워왔으므로, 나를 지키기 위해 행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은 내면적으로 격렬하게 힘썼다고 볼 수 있겠다.


나의 신념과 가치를 고수하기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애쓰며 살았고, 그것이 내게 있어서 '나를 지킨다'라는 것의 의미이다.


치열하게 고뇌하는 것.


내가 고수하는 그 가치가 진심으로 내 마음에 드는지를 항상 되묻는 것.



그렇다면 타인의 오해와 편견, 섣부른 판단, 평가절하 등으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해 해야 할 행동은 무엇일까.


주로 이런 일들이 내가 존경할 만한 인물이 아닌 것에서 비롯되는 경우는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다.


분노를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그것은 내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리고 주로 그런 일들은 그런 사람들의 부류에서 잘 일어난다는 것을 익히 보아서 안다.



그럼에도 나를 행동하게 하는 분노는, 바로 나의 '큰 그림'에 해가 될 때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행복과 안전을 추구하게 되어있다.


'내가 안전하게 속하고 연결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바로 나의 행복과 안전을 위한 큰 그림이다.


타인의 불행과 고통에 눈 감지 않는 것.


나 자신으로서 아주 미미할지라도 연결된 연대 속에서 아주 큰 존재가 된다는 사실.


그래서 그 연대를 지키기 위해, 즉 정의가 악의(이기심)를 이긴다는 믿음을 서로가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나는 행동한다.


그 누구의 말처럼, 내가 너무 나약해서, 혼자의 힘으로는 이 험한 세상을 버텨나가기 힘들어서 '큰 나'(연대)를 만들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큰 연대는 미미한 나 같은 존재들의 합이므로, 나는 기분 좋은 자부심과 함께 기꺼이 무거운 의무감을 지려한다.


그리고 40이 넘어가니, 많은 이들이 실제 보이는 것보다 실은 더 작고 나약한 자신을 갖고 있다는 점, 그들도 자신을 지키기 위해 이리저리 자기를 부풀려왔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너도 나도 외롭다는 사실이 서글픔과 함께 위안으로 다가온다.


자신의 외로움을 정말 잘 아는 사람이라면,


기꺼이 타인의 손을 잡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언제나 상대에게 약점을 보여선 안 된다고 강조하시던, 약육강식의 세계관에 사시는 우리 아버지는, 실은 당신의 여림과 슬픔이 너무도 절절하게 느껴져 그 외침이 참으로 애달팠다.


아버지는 모르실 테다.


내가 당신으로 인해 기꺼이 나약함을 내보이는 쪽을 택했다는 것을.


혼자보다 함께인 것이 더 낫다는 걸 깨닫게 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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