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그 이후

사라진 것 들

by 하늘아래


늘 하늘을 올려다보며 살다 보면, 필시 별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


그리고 소망하게 된다.


내가 별이 되거나, 누군가가 나의 별이 되거나.


그러다 나는 십여 년 전 어떤 별에 완전히 마음을 빼앗겨버렸고, 어딘가 반쯤 홀려 그 별을 땄다.



그 후로, 내 마음을 온통 빼앗아버린 그 황홀한 빛을 내던 별이 단지 나와 같은 하나의 돌덩이라는 것을 알아가는 나름 뼈저린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기분이랄까.



하지만 진실을 마주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이상에 껴있던 뿌연 구름을 걷어내고 그 진실을 마주하는 일.


사는 일의 대부분이 그러하듯 삶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내려온 사랑도 뜨뜻미지근하고 따분하다.


그리고 내가 사는 일 대부분에 서툴듯, 삶 속에 스며든 사랑을 대하는 일도 여전히 서툴다.


나는 자주 멈춰 서서 생각하고, 의심하곤 한다.


사는 게 이게 맞나, 사랑이 이게 맞나 하고.


하지만 요즘은 그런 내게 이렇게 말한다.





이게 맞아. 그러니까 그냥 계속해.


그 속에는 예전만큼 아린 슬픔은 없다. 대신 조금 먹먹한, 어떤 밋밋한 기대가 있다.


나도 이렇게 진짜 어른이 되어갈 거라는.





결혼.

그건 마치 선악과를 따먹어버린 아담과 이브의 레퍼런스에 필적할 만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그때도 어렴풋 느꼈던 것임에 틀림이 없다.

한껏 달뜬 상태로 문자를 주고받던 어느 날 밤, 나는 두려운 마음으로 그에게 이렇게 적어 보냈다.

'별이 아름다운 건 멀리 있기 때문이래요.'

그는 그 별을 가까이 두고 보자고 했고, 나는 그 답에 담긴 그의 정직한 단순함에 안도했다.

나의 붕 뜬 두 발을 지긋이 땅 위에 내려 앉히는 기분이었달까.


하지만 그때는 미처 몰랐다.

나의 본성이 자꾸 하늘을 올려다본다는 것을.

그리고 이제 와 확신하건대 그는 나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결혼이란, 내가 생각하기로 삶에서 가장 큰 수행의 길임에 틀림이 없다.

그리고,

한때 산티아고의 순례길을 동경하던 내가 들어서기에 이보다 더 딱 맞는 선택지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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