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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Aug 17. 2022

딸 같은 조카

아산 스파비스 방문기

나의 어릴  사진 중에 초등학생이 마루에 누워있는 갓난아기를 쳐다보며 찍은 사진이 있다. 나는 아직도  사진이 기억에 선명하다. 나의 사촌 여동생과 함께 찍은 사진이다. 나의 모친은 3 자매 중에 중간이다.  어린 시절   이모와 작은 이모를  따랐고 사촌동생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다. 사진 속의  갓난아기는  이모의 외동딸이었고 이제는 40 후반의 아줌마가 되어있다. 나와는 6 터울로 같은 동네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다. 하지만 각자 결혼하고 떨어져 지내다 보니 친척 행사에서만  년에 한두  만나는 대면 대면한 사이로 지내다가   전부터는    가깝게 지내고 있다. 사촌여동생의 신랑이 올해  돌아가신 부친의 대자(천주교에서 아들 같이 돌봐주는 사이)이다.  말년에 나의 부모님과 사촌여동생네는 많은 시간을 함께 했고,  특히 사촌 여동생의 늦둥이 아들이 나의 부모이신 상계동 할아버지, 할머니를 무척  따랐다.


올해 초 부친이 작고하시고 홀로 되신 모친은 온 친인척들의 관심대상자가 되었다. 혹시 외롭지는 않으신지, 혹시 식사는 잘 챙겨드시기는 한지, 집에 문제는 없는지 를 수시로 확인한다. 특히 사촌 여동생은 모친을 그녀의 친엄마처럼 챙긴다. 나로서는 너무 고마운 일이다. 그 여동생의 모친인 나의 큰 이모는 몇 해전부터 치매로 요양병원에 계신다. 친엄마 챙기기도 벅찰 텐데 홀로 되신 이모까지 챙기는 것을 보면 아들 입장에서는 미안한 마음까지 생긴다. 뭔가 함께 하고자 하는 생각에서 이번 여름휴가에 시간을 내서 물놀이를 함께 하기로 했다. 아들이 회사에서 제공받아온 '아산 스파비스' 워터파크 입장권으로 사촌 여동생, 조서방,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 그리고 모친과 나까지 모두 5명이 연휴 마지막 날 그곳에 가기로 약속했다.


사촌 여동생은 모친을 그녀의 친엄마처럼 챙긴다. 나로서는 너무 고마운 일이다.


평소 물을 좋아하지 않는 아내는 당연히 참석을 하지 않았고 '70대의 노모를 모시고 50대 중반의 아들이 물놀이를 간다'는 것에 좀 의아해했다. 나의 모친은 수영을 정말 좋아하신다. 그래서인지 모친은 내가 6살 때 벌써 수영 강습 교실에 나를 집어넣으셨다. 남산 어린이 회관 수영장이 바로 그곳이다. 그 영향으로 나는 회사 해외출장 시에는 항상 수영복을 챙겨서 저녁에 호텔 수영장을 이용하곤 했다. 나의 아들과 딸도 어려서부터 수영강습을 받게 해서 지금은 수준급의 수영을 한다. 아무리 식구들이 수영을 잘한다 해도 나의 큰 이모만큼은 아니다. 나의 큰 이모는 수영선수 출신이셨다. 처녀 때 한강을 자주 왕복하셨다고 들었다. 그런 큰 이모의 직계 손주를 데리고 워터파크에 방문을 했고 그 꼬맹이가 나에게 '100미터 레이싱 슬라이드(Racing Slide)' 경기를 제안했다. 결국 내가 역전승을 거둬 딱밤 두대를 저금해 두었다.


나와 모친은 워터파크 며칠 전부터 오랜만에 수영복도 챙기시고 이것저것 먹을 것도 챙기시는라고 신이 났다. 카톡 '공동 방'을 만들어서 일정, 준비물, 예산 등을 논의했고 아쿠아 슈즈가 필요하다는 사촌동생의 의견에 갑자기 분주해졌다. 나는 다음날 '다이소'로 달려갔고 모친은 '세이브존'으로 달려갔다. 다이소에서 파는 만 원짜리 아쿠아 슈즈는 이미  매진되었고  결국 세이브존의 육만 원짜리 아큐아 슈즈 2개를  구입하셨다. 덕분에 오십 중반의 아들은 신발 하나를 공짜로 득템 했다. 대신 나는 통 크게 워터파크에서 제일 비싼 방갈로를 계산했다. 땡볕의 야외수영장 썬배드에서 피부를 태우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워터파크의 모든 시설들(파도풀, 슬라이딩, 온천탕 등)을 온 힘을 다해 즐기면서 중간중간 방갈로에서 챙겨간 과일들을 섭취하면서 편안한 쉼을 쉴 수가 있었다.


워터파크에서 귀가해서 저녁 늦게 나의 조카, 즉 나의 사촌동생의 초등학생 어린이의 일기장이 카톡 공동 방에 오픈이 되었다. '오늘은 강남 삼촌하고 water park를 갔다. 거기서 레이싱 슬라이드를 탔다. 내가 출발은 좋았지만 나중에 삼촌한테 역전을 당했다. 나중에 내가 이길 것이다.(8/15 대윤이 일기장)'  초등학생의 일기장 글쓰기 수준이 생각보다 높았다. 본인의 감정을 솔직하게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거기다가 영어까지 섞어서 쓰다니 말이다. 나의 초등학교 2학년 때를 비교해 보면 대단한 아이이다. 난 그 아이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 아니, 그 아이는 분명히 잘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 아이는 어릴 때 모유를 1년 동안이나 먹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모든 아이들이 '소젖'을 먹고 자라는데 '모유'를 먹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강남 삼촌하고 water park에 갔다. 거기서 레이싱 슬라이드를 탔다. 내가 출발은 좋았지만 나중에 삼촌한테 역전을 당했다. 나중에 내가 이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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