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리뷰 공간

'대비 달자', 러시아

100일 글쓰기(44일 차)

by 소채

'대비 달자(大鼻 㺚子)'는 '몽고 서쪽에 있는 코가 큰 인종의 나라'라는 뜻으로 조선시대에 '러시아'를 일컫는 말이었다. 반면 그 당시 러시아는 조선인을 '대두인(大頭人)'이라고 불렀다. 머리가 크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불렀지만 실제로 머리가 큰 것이 아니라 당시 조선인이 전쟁 때 썼던 모자(전립, 벙거지)로 인해 머리가 크게 보였다는 뜻이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용어들은 반포도서관 도서관 시민강좌 특강에 참여하면서 처음 접하게 되었다. 도서관 게시판에 붙어있는 한 장의 포스터가 눈길을 끌었다. '러시아, 전쟁과 문학으로 읽기 (2022.11.8~12.27)'라는 포스터였다. 최근에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가 1878년에 발표한 <안나 카레니나>를 접하고 있는 나로서는 더욱 끌리는 주제였다.

'대비 달자( 大鼻㺚子 )'는
'몽고 서쪽에 있는 코가 큰 인종의 나라'라는 뜻으로
조선시대에 '러시아'를 일컫는 말이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러시아에 대한 선입견은 부정적 이미지뿐이다. 그건 아마도 어린시절에 본 007 시리즈 영화 때문일 것이다. 그 영화에서 항상 주인공 '제임스 본드'의 상대 악당은 '소련(러시아)'였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러시아 = 악당'이라는 이미지가 머릿속에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2022.2.24)으로 인해서 러시아는 전 세계의 비난을 받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나는 러시아에 대해서 너무 아는 바가 없다. 그래서 이번 '러시아 특강'은 꼭 참여하고 싶었다. 작년에 읽었던 <아랍인의 눈으로 보는 십자군 전쟁, 2002년, 아민 말루트 지음>에서 느꼈던 것처럼 혹시 반대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이 다르게 보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번 특강은 총 8회 차로 매주 화요일 저녁에 반포도서관 1층 에서 진행이 되고 지난주에 첫 강의가 진행되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러시아 연구소 교수로 재직 중인 '황성우' 교수는 조심스럽게 러시아에 대한 역사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강의장은 평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정원 30명을 초과해서 자리가 꽉 찼다. 물론 수강생들 대부분은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장년층이다. 러시아는 외부의 침입을 1000회 이상 받았고 그중에서도 몽고의 지배를 240년(1240~1480)이나 받았다고 한다. 내가 알고 있는 최강국 러시아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았지만 사실이었다. " 러시아와 조선의 공식적인 첫 만남은 언제였을까요?" 강사가 질문을 했다. 수강생 중에 누군가가 대답했다. " 청러전쟁 때입니다." 아니 그걸 어찌 알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러시아의 영토확장은 모스크바에서 시작에서 70여 년 만에 시베리아를 넘어 흑룡강에서 중국과 마주하고 전쟁(1654년)을 일으킨다. 이에 청나라는 조공국이었던 조선(효종)에 조총부대의 파병을 요구함에 따라 1차(변급 장군), 2차(신유 장군) 원정을 통해 러시아 '코자크족'을 앞세운 원정대를 물리친다. 그때 붙여진 호칭들이 '대비 달자(러시아)'와 '대두인(조선)'이었다. 당시 조선은 인조(조선 16대 임금)의 삼전도 굴욕(1637년) 이후 효종(조선 17대 임금)은 청나라에 8년 동안 볼모로 잡혀가고 이후 임금이 된 효종은 '북벌론'을 내세우며 청에 대한 보복을 위해 군력을 증강하고 조총부대를 육성한다. 하지만 그 조총부대는 청을 향한 것이 아닌 청을 도와 '러시아'와의 전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약소국의 비애였던 것이다.


1회차 강의에 참석하고 '러시아'에 대해서 관심이 더 높아졌다. 남은 7개의 강의를 모두 듣고 나면 기존에 내가 갖고 있던 러시아에 대한 이미지가 과연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하다. 어찌 되었던 강의를 듣고 나면 러시아에 대한 '문화'와 '문학'에 대한 이해도는 생길 듯하다. 평일날 저녁에 도서관에서 시행하는 '시민강좌 특강'에 참석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요즘 내 삶이 달라지고 있어 조금은 낯선 느낌으로 다가올 때도 있지만 여전히 행복감을 느낀다.

러시아에 대한 이미지가 과연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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