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채 Nov 26. 2023

난 두부가 좋은데

두부조림(초등학교 급식실에서)

'두.부.조.림.  그까짓 거 뭐 대충~ 냄비에 간장, 두부 넣고 졸이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한식조리기능사에 출제되는 '두부조림'은 생각처럼 만만하지 않았다. 두부가 너무 졸여지다가 태워먹기도 하고, 어떤 날은 두부가 간장에 아주 살짝 스쳐지나갔나 할 정도로 허연 두부로 남아있기도 했다. 정말이지 두부조림의 적당한 간장조림 정도를 맞추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두.부.조.림.  그까짓 거 뭐 대충~ 
냄비에 간장, 두부 넣고 졸이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런 두부조림을 몇 달 만에 학교 급식실 메뉴에서 다시 만났다. 사실 같은 두부조림이라도 조리방법에 따라서 맛이 확연히 달라진다. 경험 많은 조리장과 선배조리원들은 재료표에 적혀있는 식재료들을 보자마자 순간적으로 레시피가 정해진다. 두부에 기름장을 살짝 묻혀서 오븐에 구워내고 다시 조림장을 묻혀 2차로 오븐에서 덥힌 후에 오븐판 채로 곧바로 교실로 배송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언제부터인가 '두부'는 나의 최애 식재료가 되었다. 정확하게 따지자면 채식을 시작하고 부터 고기 대신 '단백질' 공급을 위해서 제일 많이 찾게 되는 것이 바로 두부요리이다. 그냥 구워 먹기도 하고, 순두부찌개에 넣어서 먹기도 하고 조림장으로 양념해서 오늘처럼 두부조림을 해서 먹기도 한다. 


중식이 당기는 날에는 '마파두부밥'을 해 먹고, 일식이 당기는 날에는 '미소된장국'에 두부를 넣어 먹는다. 그리고 양식을 먹을 때는 샐러드에 치즈대신 두부를 넣어 '두부샐러드'를 먹기도 한다. 왜냐하면 양식에는 두부를 식재료로 사용하는 요리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고 두부와 치즈가 엇핏봐서는 생김새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처음 읽는 음식의 세계사, 2021년, 미야자키 마사카츠>에  따르면 중국사람이 만든 두부는 유목민의 치즈제조법을 모방해서 만들었다는 설이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치즈가 사용될 샐러드에 대신 두부를 넣어먹어도 꽤 괜찮은 맛이 난다. 어찌 되었던 난 두부가 좋은데, 초등학교 아이들은 과연 두부를 좋아할지 궁금하다.  


어찌 되었던 난 두부가 좋은데,
초등학교 아이들은 과연 두부를 좋아할지 궁금하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냉장고에 보관 중인 새벽에 배송된 두부를 모두 꺼내 플라스틱 비닐포장에 칼집을 낸다. 조리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두부물을  빼기 위한 작업이다.  두부조림을 만들기 위해서 '오븐'을 두 차례 사용하고 조림장도 별도로 만들어 구워내는 절차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됨으로 조리작업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업무시간이 시작되자마자 바로 두부를 잘라 식용유가 칠해진 오븐판에 올려낸다. 잘리워진 두부는 인당 1개씩 배식하는 기준으로 판당 대략  35개씩(5열, 7행) 담긴다. 오븐에 넣기 전에 소금, 후추, 식용유가 섞인 기름장을 두부 윗면에 흥건하게 묻혀준 후 약 10분 정도 익혀주면 겉이 노릇노릇한 두부구이가 완성된다. 그냥 바로 먹어도 맛있어 보인다.  


한쪽에서는 대형 볶음솥에 당근, 양파, 버섯을 콩기름으로 볶고  간장, 파, 깨, 고추장, 고춧가루, 굴소스로 양념을 한 조림장을 만든다. 오븐에서 갓 익혀진 두부 위에 조림장을 살살 묻혀주고 다시 오븐으로 직행해서 약 3분 정도 익혀주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두부조림이 완성된다. 확실히 냄비에서 아슬아슬하게 조려내던 두부조림보다는 훨씬 완성도가 높아 보인다.


냄비에서 아슬아슬하게 조려내던
두부조림보다는 훨씬 완성도가 높아 보인다.
[사진] 현미밥, 만두국, 조기튀김, 두부조림, 총각김치, 바나나


* 사진: 인터넷 제공

매거진의 이전글 초장에서 과일향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