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등짝에 무언가 부착된 느낌이 든다. 거울에도 보이지는 않지만 멋진 근육이 생겼을 것이라는 지나친 추측은 하지 않는다. 그냥 약간 뻐근한 느낌이 지속적으로 든다. 오십 평생 등짝에 있는 근육을 사용해 본 적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니,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등쪽 근육을 사용했더라도 인식은 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에 피티(PT, Presonal training)를 시작하고 한 달 만에 등 쪽에 뭔가 변화가 있기 시작했다. 특히 헬스장 (피트니스 센터)에서 아침 운동을 하고 나면 그 뻐근함이 더해진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분명 근육통임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나쁘지 않다.
등 쪽의 변화와 더불어 반대쪽인 가슴 쪽에도 분명히 변화가 있다. 외관상으로는 크게 변화가 없지만 왠지, 스스로 가슴근육을 수시로 양쪽으로 벌리면서 등을 곧게 세우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비록 아직까지 복근의 윤곽이 생기지는 않지만 평상시 자세가 곧게 펴진 것만 해도 대단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평상시 자세가 곧게 펴진 것만 해도 대단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직장생활 30년이 지날 무렵 나 자신을 돌아보면, 때로는 비굴하게 처신하기도 하고 가끔은 당당하게 살아보려고 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당당모드'보다는 '비굴모드'였던 시간이 더 많았던 까닭에 나의 어깨는 점점 쪼그라들고 등은 점점 굽어졌다.
그래도 가끔, 당당하게 살아야 된다는 조언을 들을 때마다 리액션을 따라한 적이 있다. '어깨를 쭉~ 펴고, 당당하게 살아보자!'는 구호를 머릿속으로 외치면서 가슴을 한번 활짝 펴고 등을 곧추 세운다. 그러면 익숙하지 않은 자세이다 보니 왠지 스트레칭을 하는 것처럼 온몸이 시원해짐을 느낀다.
하지만 1분도 지나지 않아서 어깨는 다시 좁아지고, 등은 구부러진다. 쉽게 말해서 평상모드인 '어좁이(어깨가 좁은 남자)'모드로 돌아간다. 그렇게 살아가던 내가, 요즘은 평상모드가 '당당남(당당한 남자)'이 되었다. 일상생활중에 어깨를 좁히고 등이 굽히면 자세가 불편함을 느낀다. 매일 아침에 하는 팔 굽혀 펴기와 철봉 매달리기가 내 몸을, 아니 내 인생을 바꿔주고 있다.
내 인생을 바꿔주고 있다.
한 달 만에 어깨가 쫙 펴지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복근은 보이지 않는다. 매주 PT를 받고 나서 사진을 찍는다. <몸이 전부다. 2017년, 이상원 지음 >라는 책에서 저자는 본인의 변화되는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책에 실었다. 나도 그걸 따라 하고 싶어서 매주 사진을 찍어서 변화된 모습을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한 달 만에 변화는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물론 나의 주관적이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사진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으면 신기하게도 보이지 않던 복근의 윤관이 나타나긴 한다. 마치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이는 '벌거벗은 임금님의 옷'처럼 말이다.
혹시나 해서 사진을 친구에게 보냈더니, 바로 '딩동' 하고 답변 사진이 도착한다. 과일 '배' 사진이다. 당황스러웠지만 자세히 보니 내 배와 과일 배가 비슷해 보였다. 그러고 나니 내 속에 '식스팩'의 욕구가 더 치솟아 올랐다. '그래 두고 보자, 이제 5개월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