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전신거울을 자주 본 적인 없다. 그것도 배 쪽을 집중적으로 본다. 새벽에 일어나면 혹시나 저녁에 먹은 음식들로 인해 다시 배가 나오지 않았나 싶어서 화장실에서 잠옷 윗도리를 올려 배를 확인한다. 다행히 툭 튀어나왔던 똥배 대신에 갈비뼈의 윤곽이 드러나 보인다.
똥배 대신에 갈비뼈의 윤곽이 드러나 보인다.
태곳적 아담이 갈비뼈로 이브를 만들었다고 하던데, 바로 그 갈비뼈가 나에게도 있다는 것을 얼마전에야 알게 되었다. 물론 왕성하게 직장생활을 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가자면, 갈비뼈는커녕 항상 빵빵하게 부플어 오른 배와 타이어처럼 툭 튀어나온 옆구리 살이 일상이었다. 다행히 식습관을 바꾼 이 후에는 그나마 똥배가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통통한 몸매는 유지되었다.
가끔 잘빠진 몸매에 식스팩을 장착한 운동남을 볼 때마다 자극이 되기는 하지만 그냥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시작한 헬스장 개인트레이닝이 통통했던 몸매를 조금씩 변화되게 하고 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동네 헬스장에 출근도장을 찍다 보니 탈의실에서 나체의 몸을 매일 마주한다.
특히나 운동이 끝나고 샤워를 하러 들어가기 전에 거울에 비치는 모습에서 배 쪽을 유난히 집중적으로 쳐다본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봐서 그런지, 식스팩이 드러나야 할 자리가 살짝 보인다. 아주 살짝 보인다. 내 눈에만 보인다. 물론 고개를 떨구고 바로 배를 쳐다보면 그 윤곽은 사라진다. 그냥 살덩어리만 보인다. '아, 이건 뭐지? 착시현상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는 심리학 및 의학 분야의 용어로, 효과가 없는 약제를 진짜 약으로 생각하고 섭취하였을 때 환자의 증상이 호전되는 현상이다. 피티(PT, Personal Training)를 받고 헬스장에서 매일 운동을 하면 왠지 식스팩이 만들어질 거 같은 생각은 아마도 '플라시보 효과'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살 빼겠다고 헬스장 홍보 팸플릿 한 장 달랑 믿고 설렁설렁 왔다 갔다 하는 경우와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몸짱 만들기'라는 목표를 좀 더 구체적으로 하기 위해서 스마트폰 배경화면을 바꿨다. <몸이 전부다. 2017년, 이상원 >라는 책에서 추천했던 방법으로, 구체적으로 되고자 하는 사진이나 영상을 매일 보면 목표달성에 도움이 된단다. 그래서인지스마트폰을 켤 때마다 깜짝깜짝 놀랜다. 밥 먹으러 식당에 갈 때도 깜짝 놀라 과식을 자제한다. 수시로 자극이 된다. 언젠가는 액정 속의 사진을 실제 내 사진으로 바꿀 그날을 기대해 본다.